과거 의료체계가 허술하던 시절, 속칭 ‘야매’로 불리는 무면허 의료 행위가 성행했다. 동네 목욕탕에서 눈썹 문신을 하고, 미용실에서 점을 뺐다. 심지어 1970년대 가정방문 치과 시술까지 암암리에 이뤄졌다. ‘아는 언니’, ‘옆집 이모’의 입소문을 타고 시술 정보가 공유됐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이 의료 암시장에서 치료하고 미용 욕구를 채웠다. 가난한 나라의 서민들이 불법 의료에 의지했던 시대의 위험천만한 풍경이었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병원 밖 의료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전 매니저들의 갑질 폭로에 묻어 나온 ‘주사이모’에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갑질보다 불법 의료가 훨씬 심각해졌다. 문제가 터지자 ‘주사이모’ 이모씨는 SNS에 의사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인터뷰 영상을 올리며 “(중국)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최연소 교수까지 역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수의 의사단체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의대’라고 지적했다. 이씨가 자신의 이력과 글을 돌연 삭제한 점은 수상쩍다.

‘주사이모’에 이어 ‘링거이모’와 ‘대리처방’ 의혹까지 등장했다. 전 매니저 측은 호텔에서 수액을 놔 줬다는 링거이모와 출장비를 협의하는 메신저 대화 기록을 공개했다. 여기에 의사 처방 없이 구할 수 없는 약을 본인의 이름으로 받아 건넸다고도 밝혔다. 박나래 측은 평소 다니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왕진을 요청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연예계는 ‘주사이모 게이트’가 열릴까 초긴장 모드다. MBC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와 정재형이 ‘링거 예약’을 언급한 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 정재형 측은 주사이모와 일면식도 없다고 칼같이 선을 그었다. 친분설이 불거진 샤이니 키와 온유에도 불똥이 튀었다. 기안84의 ‘동료들의 링거 투혼’ 수상소감까지 소환됐다.

현행법상 다른 나라에서 취득한 의사면허만 가지고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 무자격자의 불법 의료 행위는 전문성과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자는 법적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개인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 질서를 문란하게 만든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 지원이 촘촘한 시대에 ‘주사이모’라니 시대착오적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이용자의 몫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