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은 인구 절벽에 좌절하고 있다. 자연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지자체마다 ‘주소지 이전 시 현금 지급’과 같은 처방을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주민등록 유치 경쟁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구 절벽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에 체류하며 활동하는 실제적 인구인 ‘생활인구(Living Population)’를 새로운 정책의 기준으로 도입해야 할 때다.
인천의 대표적 인구감소지역인 옹진군의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의 무려 13.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군 역시 등록된 인구보다 10.2배 많은 생활인구가 지역을 오가고 있다. 주민등록부로는 이들 지역이 소멸을 걱정해야 할 곳이지만, 주말과 휴일마다 찾아오는 수십만 명의 방문객으로 북적이며 경제도 돌아간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지역을 찾아 소비하고, 체험하며 사실상 ‘제2의 군민’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지역의 주체들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지만 정작 행정이 이 거대한 ‘실제 인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교부세 배분과 각종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낡은 ‘주민등록 인구’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강화군은 7만명의 주민등록 인구에 맞춰진 좁은 도로와 부족한 주차장,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로 70만명의 방문객을 감당해야 한다. 지역주민들도 불편하고 방문객은 열악한 환경에 실망해 발길을 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앞으로 생활인구를 단순 방문객으로 두지 말고, 지역에 애착을 갖는 ‘관계인구(Relationship Population)’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절벽을 경험해온 일본의 지방 도시들은 이주정책의 한계를 확인했다. 지금은 ‘디지털 주민증’을 발급하거나 빈집을 활용한 체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잠재적 주민, ‘관계인구’를 유치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관계인구’는 주말에는 지역에 체류하며 일손을 돕거나 특산물을 소비하는 지역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인천시는 강화와 옹진의 경우 억지로 주소를 옮기게 하는 것보다, 찾아오는 10배 이상의 생활인구가 불편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맞춤형 교통과 체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정부와 지자체들이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정주’에서 ‘생활’과 ‘관계’로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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