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을 공개하고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국가간 전쟁에 참전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2025.1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정부가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을 공개하고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국가간 전쟁에 참전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2025.1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정부가 10일 발표한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을 공개하고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국가간 전쟁에 참전했다. 2047년까지 반도체 세계 2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실행 전략을 망라했다. 이 기간 동안 한 해 정부 예산에 육박하는 700조원을 투자한다. 원활한 투자를 위해 국민펀드 조성과 반도체 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원칙을 제한적으로 풀기로 했다. 전략의 최종 목표는 반도체 제조분야 초격차 유지, 팹리스 분야 10배 확대다.

하지만 수도권을 배제한 육성 전략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앞으로 반도체 공장은 전력이 풍부한 비수도권 지역에 지을 것을 요청했다. 정부 전략에도 신규 반도체 특화단지 비수도권 지정이 담겼다. 정부 일각에선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추진할 방침도 나온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 민간·국가산단에 예정된 10개 팹(공장)으로 끝이라는 얘기다.

이는 집적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 반도체 산업은 인력, 전력, 용수의 조화로 유지된다. 용인에 민간·국가 반도체산단이 들어선 건 전적으로 인력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감당할 인력도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산업의 지방 분산은 어렵다. 연구·개발분야 주 52시간제 예외를 받으려면 지방으로 가라는 얘기인데, 이는 기업들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입지를 포기하지 못한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요구다.

정작 최근 관련 상임위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엔 반도체 기업들의 오랜 숙원인 연구·개발분야 주 52시간제가 빠졌다.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시간을 미국·중국처럼 늘리기 위해 지방으로 가야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할 특별법을 또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반도체 산업도 채우지 못한 연구·개발·제조 인력이 기업을 따라 지방으로 갈 이유가 없다. 수도권 연구·개발 인력은 저녁 6시면 퇴근하고, 지방의 연구·개발 인프라는 인력이 없어 불이 꺼질 수 있다. 지방균형발전론이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생태계를 위협할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영토의 6배 면적인 텍사스주는 자동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인 오스틴시와 테일러시에 삼성전자의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했다. 집적된 인프라에 의존하는 반도체산업을 고려한 입지 전략이다. 가장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을 제외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이 타당한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