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후속 입법
운영위 심의 거치면 설치 가능해져
현장선 “학생과의 신뢰 무너뜨려”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교실에 CCTV 설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추진되며 경기도 내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대안으로 발의돼 지난달 교육위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학교의 장이 제안한 경우 학생, 학부모 및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교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유인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안으로 발의됐다.
아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아니지만, 도내 교사들은 벌써 법안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법안이 개정돼 학교에 보다 많은 CCTV가 설치되면 교사의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교육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평택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법안 통과에 대해 반대한다”며 “이미 중요한 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법안은 더 많이 설치하겠다는 것인데 이 자체가 감시당하며 교육 활동이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CTV가 많이 설치되면)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CCTV를 보여달라고 할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져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교에 CCTV를 많이 설치하는 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산시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씨는 “학생끼리 다툼이 발생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CCTV가 필요하다”면서도 “(CCTV 확대가) 학생과 교사 간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교육계에서도 이번 법안 통과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학교에 CCTV를 더 설치한다고 해서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가 더 증진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법안은 국회에서 한 번에 통과하기에는 간단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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