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편지 쓴 오야마 목사
일본 정부 침묵 속 학살 인정 사료
독립운동기념관에 유물 전시 예정
반세기 전, 제암리 학살 사건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 경인일보(당시 경기연합일보)에 도착했던 오야마 레이지(1927~2023) 목사의 편지(8월14일자 1면 보도 등)가 마침내 공적인 역사 기록물로 남게 됐다. 일본 정부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본보를 거쳐 전달됐던 일본 시민사회 ‘양심의 목소리’가 기증을 통해 화성시의 공식 유물로 영구 보존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발신인 ‘오야마’… 제암리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11일 오전 화성시 향남읍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에서 진행된 ‘제2회 기증자의 날’ 기념식에서 이창식(95) 전 경인일보 편집국장은 1968년 일본의 오야마 레이지 목사로부터 받아 57년간 보관해온 사죄 편지 원본을 기증했다.
이 편지는 1919년 제암리 학살 사건 이후 일본 사회 내부에서 일어난 자성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료다. 제암리 학살 참상을 마주한 오야마 목사는 1967년 일본에서 ‘제암교회 소타사건 속죄위원회’를 결성해 모금 운동을 벌였고, 100만엔의 성금과 함께 이 편지를 한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학살의 상처가 여전히 컸던 만큼 주민들의 반대는 심했다. 성금 전달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오야마 목사는 본보로 해당 편지와 성금을 보내 중재를 요청했다. 오야마 목사의 끈질긴 사죄와 편지에 담긴 진심이 전해지면서 이듬해 성금을 활용해 제암교회 재건과 주민회관 건립이 이뤄졌다.
이창식 전 국장은 “반세기 넘도록 가지고 있던 편지가 유용한 역사 자료로 남게 돼 반갑다”며 “일본에도 양심은 있었다. 이미 타계한 오야마 목사가 오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고 말했다.
한동민 화성독립운동기념관장은 “이창식 선생님께서 1968년 당시 오야마 목사가 보냈던 사죄의 기록을 잘 간직하고 계셨다가 기증해주셨다”며 “오늘 기증받은 유물들을 잘 보존해 전시하고, 교육에 활용해 지역 독립운동의 역사를 후대에 잇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화성독립운동기념관은 7명의 시민들로부터 총 3천425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 김준혁(수원정) 의원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제작된 일본 도검을 기증했다. 이외에도 제임스 스코필드 박사와 제암리 희생자 유가족의 사진, 부민관 폭파 의거 주역인 조문기 선생의 사진과 문서 등이 전달됐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