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 기회로… ‘쉬었음 청년’ 접근법을 바꾸다”
개인 탓 아닌 사회 구조적 관점 필요
제품 판매해 수익금 기부 ‘긍정 경험’
“지역 커뮤니티와 선순환 구조 마련”
비경제활동인구인 ‘쉬었음 인구’가 254만3천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한 12만4천명으로 조사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일 발표한 30대 쉬었음 청년은 31만4천명으로 지난달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가 최근 진행한 ‘Be:er Foundation’은 쉬었음 청년에 대한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던 방식을 벗어나, 쉬었음 청년을 ‘유예기간을 갖는 이들’로 보고 상담이 아닌 기회제공으로 지원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정재원 광명 청년동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유예 기간이 전혀 없는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쉬었음 청년에 대해 이상하게 보고 심지어 낙인 찍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이들은 도태된 것이 아닌, ‘내 스스로 나답게 살기를 선택해서 지금 그냥 기존의 사람들이 말하는 루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정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한 해법은 ‘기회 제공’. 개인의 문제로 접근을 하면서 쉬었음 청년에 대해 상담하고, 이들의 부모를 상담하는 방식보다는 적절한 경험이 제공됐을 때 본인들의 다음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 센터장은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무망감(학습된 무기력)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실패’를 새로 개념잡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비어 파운데이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어 코퍼레이션의 일환으로 실패를 분석하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쉬었음 청년들이 직접 제품을 기획, 판매했고 얻은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정 센터장은 “실패가 쌓이다니 무기력해질 수 있다. 사실 실패 경험은 쌓이고 쌓여 에너지를 만들어내 어떤 순간이 왔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올해 처음 진행된 비어 파운데이션에 24명의 청년들이 참여했고 그 결과 일부는 취업에 성공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청년동에서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더 이상 고립된 환경이 아닌 활발히 외부활동에 나서게 되는 효과를 거뒀다.
쉬었음 청년 또는 고립 청년들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된 이유가 뭘까. 이들의 사회진출에 대해 고민하는 정 센터장은 쉬었음 청년들이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쉬었음 청년 또는 고립 청년들은 늘 우리 사회의 그늘 속에 있었지만, 인구구조 변화로 청년층이 줄어들자 새로 주목받았을 뿐”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학교나 종교단체, 지역 선후배 등이 가진 지역 커뮤니티의 힘이 느슨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이 자리를 SNS가 대체하고 있지만 완전한 대체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지금 쉬었음 청년들은 ‘도태’가 아닌 ‘나 답게 살기로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며 “청년동을 찾는 쉬었음 청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는 청년들과 어울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어 파운데이션은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어 유니버시티’와 실패 에피소드를 모아 제품을 제작한 ‘비어 코퍼레이션’, 주말 문화활동 ‘비어 커뮤니티’, 비어 파운데이션의 경험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되돌아보는 ‘비어 오티·비어 모먼트 데이’ 등을 내용으로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됐으며 내년에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광명/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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