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활시설·생계인프라 없는 남양주 조안면

8년전 반복되는 팔당 상수원 규제·단속에 ‘절망’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20대 식당사장의 아버지

“억울함 들어줄줄…” 헌법소원 ‘각하’에 눈물만

기본권 박탈 1975년에 갇힌 곳 “정부 답해야”

반복되는 팔당 상수원 규제와 단속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스물여섯살 청년의 아버지 황선남씨. 그는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해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반복되는 팔당 상수원 규제와 단속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스물여섯살 청년의 아버지 황선남씨. 그는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해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지난달 27일. 팔당 상수원 규제에 맞선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각하’되는 순간(11월28일자 1면 보도), 방청석 어딘가에서 조용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던 한 남자가 있었다.

5년 끈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로 끝냈다

5년 끈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로 끝냈다

위헌심판 청구 후 5년만에 선고된 ‘팔당 상수원 규제 헌법소원’(11월27일자 1면 보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구 요건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법령의 위헌 여부조차 판단 받지 못하고 심판이 끝났는데, 50년간 묶인 규제에 고통받은 지역 주민들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55660

2017년 7월30일. 반복되는 단속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남양주 조안면 스물여섯살 청년의 아버지 황선남씨였다.

8년 전 아들은 ‘수사도 두렵고, 잘한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란 유서를 남겼다. 고향인 조안면에서 작은 막국수 식당을 운영했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단속에 부딪혔다. 벌금과 과태료, 영업중단 조치는 그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조안면 주민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장례식날, 주민 200여 명은 긴 행렬을 이루며 운길산역까지 상여를 밀었다. “이대로는 못 산다”는 절규였다. 그 행렬 끝에 주민들은 헌법소원이라는 마지막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8년이 흘러 돌아온 대답은 각하였다. 시간만 흘렀을뿐 현실은 단 한 뼘도 달라지지 않았다. 작은 희망 하나 부여잡고 버텨온 청년의 아버지는, 그날 법정에서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

“이제 갈 곳도, 희망도 없습니다… 가게를 다시 열겠다는 먼저 간 아들과의 약속 하나로 버티고 있을뿐입니다.”

황선남씨가 운영하던 남양주 조안면의 편의점.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황선남씨가 운영하던 남양주 조안면의 편의점.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71세 황씨는 아들이 생을 마감한 그 자리에서 살고 있다. 아들은 꿈에서 늘 살아 돌아오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건 차가운 방뿐이다.

지난 11일 찾은 그곳. 그는 편의점이었던 가게 옆 작은 창고에서 연탄불 하나 피운채 홀로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이웃들이, 지인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근근이 살고 있는 그 공간도 내년 3월이면 비워야 한다.

아들의 죽음 후 부과된 벌금을 내기 위해 그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뺐다. 그날 이후 그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우편함엔 독촉장만 쌓여 갔다. 카드도, 은행도, 미래도 없는 삶.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막국숫집 간판을 떼고 편의점을 열 때 그는 믿었다.

“헬멧 같은 규제라도 언젠가는 풀리겠지. 헌재가 억울함을 들어주겠지. 그러면 다시, 아들의 가게를 합법적으로 열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하지만 편의점 역시 지난 6월, 조용히 문을 닫았다. 7년 동안 남은 건 딸 명의로 날아오는 독촉장뿐이다.

“딸 이름으로 된 독촉장을 보면…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미안해서 전화도 못 받습니다.”

그의 손엔 자식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려는 절박함만 남아있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곳만큼은 억울함을 알아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지난달 돌아온 결과는 각하였다. “아들이 꿈에 자꾸 나타납니다.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자리를 함께 한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이 황씨의 두 손을 꼭 감싸며 말했다. “아버님, 버티셔야 합니다.” 그의 눈가 역시 붉었다.

김기준 남양주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이 실의에 빠져있는 황선남씨를 격려하고 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김기준 남양주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이 실의에 빠져있는 황선남씨를 격려하고 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조안면 주민들의 삶은 다시 1975년, 그 자리에 멈춘채다. 이곳은 간단한 시설 하나 짓기도 어렵다. 80%가량이 보호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 약국, 병원, 마트 같은 기본 생활시설이나 생계를 위한 기본적 인프라도 없이 여전히 단속과 처벌만 반복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기본권조차 박탈당한 삶을 살아야 할까. 50년간 멈춰버린 이곳의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건 정부뿐이다.

그들은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