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누구에게나 우리들만의 ‘아지트’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아지트에 모여 수다도 떨고 비밀 이야기를 나누었죠. 동네 목욕탕, 학교 앞 문방구하고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사랑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지트는 나와 가까운 특정인들만 모이는 공간이기에 사랑방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소가 특별한건 아닙니다. 남학생들에게는 주로 PC방과 오락실, 당구장, 조금 더 크면 친구 자취방정도였습니다. 여학생들은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으면서도 우리들만 아는 카페가 대표적인 아지트로 꼽혔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민들레영토와 더불어 ‘캔모아’를 자주 갔습니다. 그네로 된 의자에 친구와 나란히 앉아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식빵과 생크림도 몇번이고 리필해 먹었었죠. 이번 레트로K는 2000년대 초반, 민토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여학생들 수다의 성지였던 ‘캔모아’를 찾아갔습니다.

2002년에 문을 연 캔모아 용인점

그시절 그대로 유지한 인테리어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많아진 요즘

‘희소성’ 보고 인수 결정한 사장님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내부모습.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내부모습.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최근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3040의 감성을 건드리는 포인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지난해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역시 90년대 감성을 담고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로 일촌을 맺고, 귀여니 소설 명대사가 나오며 등하교때 필수품이었던 MP3가 등장합니다. 그시절 여학생들의 아지트였던 ‘캔모아’도 나옵니다. 여자주인공 솔이와 솔이 친구가 캔모아에 앉아 연애 상담을 하는데 그들의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생과일이 올라간 눈꽃빙수와 갓 구운 식빵, 그리고 생크림이 있습니다.

그시절 동네 번화가에는 꼭 캔모아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스타벅스나 메가커피처럼 말이죠. 1998년 1호점을 연 캔모아는 가맹점이 500개가 넘을 정도로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전국 11곳밖에 남지 않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용인 중앙시장에 있습니다. 시장을 찾는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거리의 한 건물 3층,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을 오르면 그시절 우리가 매일같이 다녔던 캔모아가 있습니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캔모아. 해당 드라마를 찍은 캔모아는 파주 금촌점이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캡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캔모아. 해당 드라마를 찍은 캔모아는 파주 금촌점이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캡처

캔모아 입구로 올라가기 반 계단 전에는 연두색 바탕에 ‘생과일전문’이라는 글씨가 적힌 간판이 먼저 우리를 반겨줍니다. 반 계단을 마저 오르면 ‘딸랑’하며 종소리가 나는 유리문, 그 안쪽으로 꽃무늬 패턴을 입은 의자들이 보입니다. 캔모아에 들어가면 바로 오른편에 ‘그네 의자’가 있습니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그네로 된 의자가 마주보며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자리라고 합니다. 의자는 그시절 인테리어답게 꽃무늬 패턴, 그네 줄 위쪽으로는 조화로 된 빨간 장미가 줄을 타고 매달려 있습니다. 조금 더 안쪽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또다른 그네 의자, 그 옆으로는 흔들 의자가 있습니다. 그네를 타면서, 의자를 흔들면서 수다를 떠는 게 캔모아의 매력 중 하나죠.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캔모아 용인점은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벌써 23년 전인데, 사장님은 이곳의 인테리어를 그시절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을 운영 중인 사장님은 2대 사장님입니다. 1대 사장님이 10년 넘게 운영하다가, 2대 사장님이 2016년 인수한 것이죠. 이 건물 5층에 살고 있던 이은창(46) 사장님은 캔모아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고민했다고 합니다. 당시 캔모아 인기가 주춤하고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마구잡이로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은창 사장님은 오히려 캔모아의 ‘희소성’을 보고 인수를 결정다고 합니다.

“1대 사장님은 연세가 있으신 부부였어요. 그때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캔모아만의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해보면 좋겠다,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근데 스타벅스, 이디야같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이 생기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다보니까 희소성이 강해지고 단골도 많이 생겼어요”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내부 모습.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캔모아 용인점 내부 모습.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