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문화재단 공동기획>

지난달 1일 연수구청 연수아트홀에서 열린 ‘2025 연수합창제’ 공연. 2025.11.1 /연수문화재단 제공
지난달 1일 연수구청 연수아트홀에서 열린 ‘2025 연수합창제’ 공연. 2025.11.1 /연수문화재단 제공

백제사신길 능허대라는 역사 현장부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까지, 그리고 승기천이라는 도심 속 생태하천까지, 이토록 문화적 다양성을 품은 도시 인천 연수구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수구의 문화는 축제의 현장뿐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자라왔다. 올해로 여섯 돌을 맞은 연수문화재단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생활문화 활성화와 예술가 지원 사업이 올해 한층 확대되면서 지역 문화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은 ‘연수구 지역문화진흥 조례’에 따라 설립된 기초문화재단이다. 조례와 정관은 재단의 핵심 역할을 ‘생활문화 활성화’ ‘예술가 지원’ ‘지역문화 기반 조성’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축제와 공연 분야가 크게 부각되면서 재단의 본래 정체성인 지역문화사업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연수문화재단은 올해 지역 예술가, 생활문화동호회, 청년 예비작가, 사회취약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주체를 대상으로 지역문화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는 사업을 폭넓게 추진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초문화재단으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예술 생태계의 뿌리, 지역 예술가 키우기

경력 짧은 청년 신진 예술가 지원 확대

사진 전시·퍼포먼스·AI 제작 특강 주목

김예린 작가가 연수구를 탐구하고 사진전과 퍼포먼스를 결합해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진행한 전시 ‘녹음의 집, 유영하는 몸’ 중 퍼포먼스 모습. /연수문화재단 제공
김예린 작가가 연수구를 탐구하고 사진전과 퍼포먼스를 결합해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진행한 전시 ‘녹음의 집, 유영하는 몸’ 중 퍼포먼스 모습. /연수문화재단 제공

재단은 연수예술지원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왔다. 올해는 특히 기성 예술가뿐 아니라 활동 경력이 짧은 청년·신진 예술가들로 지원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지역 대학의 조형예술대학이 참여해 예비 작가 10명과 함께 기획·협업하는 ‘작당모의’ 프로젝트와 청년 예술가 창작 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입주·전시 프로젝트 ‘연수체크인’(7개 팀)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이들은 연수구의 ‘지역문화 콘텐츠 생산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 자연 환경, 동네 생활, 지역 문제 등을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다.

신진 예술인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김예린 작가는 지난 8월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개최한 전시 ‘녹음의 집, 유영하는 몸’을 통해 작가가 살고 있는, 살았던 동네로서 연수구를 탐구했다. 이를 사진 전시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형태로 풀어내 연수구 주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재단 지원 사업을 통해 ‘AI(인공지능) 시네마 아트북’ 제작과 전시를 진행한 안혜성 작가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작품 제작 관련 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예술 지원 정책은 연수구의 예술 생태계를 뿌리부터 키우는 장기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성해지는 생활문화… 주민 참여 확장

합창제·생활축제 등 전세대 아우르는 경험

기획·실습 강좌… 일상 속 생활문화 확대

지난 9월 연수구청 한마음광장에서 열린 생활문화축제 ‘문화 올데이 연수!’에서 주민들이 생활문화동아리가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 제공
지난 9월 연수구청 한마음광장에서 열린 생활문화축제 ‘문화 올데이 연수!’에서 주민들이 생활문화동아리가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 제공

재단의 생활문화사업은 축제 중심 이미지 뒤에 가렸지만, 실제로 재단은 설립 이래 꾸준히 주민 중심 문화 기반을 형성해왔다.

올해 특히 그 스펙트럼이 확장됐다. 올해 처음으로 지난달 1일 연수아트홀에서 개최된 ‘2025 연수합창제’가 눈에 띈다. 연수구 지역 아마추어 합창단 8개 팀(총 31명)이 1곡씩 릴레이 공연을 펼친 올해 연수합창제의 백미는 참여 합창단 전체 단원 31명이 무대에 오른 합동 공연이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모두 행복해져라’를 합창단원과 주민 관객 모두가 함께 불렀다. 재단 관계자는 “합창이라는 집단 예술 활동을 통해 주민에게 음악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경험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활동한 생활문화 동아리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한데 모아 주민과 공유하는 생활문화축제 ‘문화 올데이 연수!’도 일방통행적 축제가 아닌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꾸며졌다. 재단은 지역 14개 생활문화 동아리가 사회복지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공연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주민이 단순히 문화 프로그램 수혜자가 아닌 ‘기획자’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돕은 문화기획 입문 프로그램 ‘생활문화 플랜B’ 또한 연수구문화재단 특화 사업이다. 동춘동 ‘문화의집’에서는 녹청자와 목공 강좌를 실습형으로 운영해 올해에만 200명 가까운 수강생을 배출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주민의 문화적 삶을 대규모 행사 중심이 아닌 일상과 가까운 문화 경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작고 촘촘한, 풍요로운 문화적 삶 만들 것”

외형 성과보다 지역 내 주체적 성장 의미

내년 區 정체성 반영 도시문화 구축 목표

연수구 생활문화동아리 ‘연극창작소’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으로 연극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 제공
연수구 생활문화동아리 ‘연극창작소’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으로 연극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 제공

올해 재단이 추진한 예술지원과 생활문화사업은 외형적 성과보다 지역 내 문화 주체가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예술가 지원은 기성·신진·예비 작가라는 세대 간 스펙트럼을 넓혔고, 생활문화사업은 주민이 ‘참여자’ ‘기획자’ ‘공헌자’로 역할을 확장하는 기반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흐름은 연수구 문화정책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과정으로, 기존 축제 중심 이미지 뒤에서 조용히 축적돼 온 변화가 올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게 재단 설명이다.

연수문화재단 최재용 대표이사는 줄곧 ‘작고 촘촘한 생활문화’를 재단의 존재 이유로 강조해왔다. 최재용 대표이사는 “지역의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고, 생활문화를 즐기고 이어가는 주민이 스스로 주인공이 될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는 다양성과 깊이를 갖는다”며 “재단은 이러한 방향 아래 예술가, 생활문화인, 청년 예비 작가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일상 속에서 문화적 역할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내년에도 지역문화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춰 예술가 지원 체계 고도화, 생활문화 네트워크 강화, 문화공간 활용 확대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단은 연수구의 정체성을 반영한 도시문화 구축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생활문화와 예술 지원은 재단 설립 초기부터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 온 핵심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연수구민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