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지구서 사는 다른 존재의 탐구

예술 세계로 넓혀온 작가의 관점 응축

카메라를 들고 작은 화면으로 눈앞의 풍경을 좇는 작가. 카메라의 시선은 형광빛 의자와 테이블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하얀 강아지를 지나 해변으로 옮겨간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모래, 푸른 바다가 흐릿하게 보이는 순간 카메라의 시선은 거꾸로 뒤집혔다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앞으로 나아갔다가 멈춰서기를 반복한다. 하얀 강아지가 목에 소형 카메라를 달고 해변을 거닐고 있는 것이다.

반려견 오즈의 목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한 조안 조나스(사진)의 비디오 작품 ‘아름다운 개’는 인간과 동식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조안 조나스는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퍼포먼스와 비디오, 드로잉을 가로지르며 매체 실험을 거듭해온 작가다. 최근 제8회 백남준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안 조나스, 아름다운 개.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조안 조나스, 아름다운 개.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아트센터는 국내 최초로 조안 조나스의 개인전 ‘조안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를 내년 3월29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전시명은 인간을 넘어 다양한 존재를 주체로 작업해온 조안 조나스의 예술관을 드러낸다.

전시는 1990년대 말 남성 작가들 사이에서 비디오 아트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낸 작품에서 출발한다. 1968년에 제작한 비디오 퍼포먼스 ‘바람’은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뜻밖의 추위에 놀란 듯, 저마다 옷 위에 바람막이며 마스크, 목도리를 두른 듯 했다. 이들은 이내 하얀 눈밭에서 서로 등을 맞대어 서거나 발자국을 남기며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자유로이 뛰어논다.

조안 조나스의 비디오 퍼포먼스 작품 ‘바람’.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조안 조나스의 비디오 퍼포먼스 작품 ‘바람’.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새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생활사와 자연 현상을 병치한 ‘시내, 비행, 패턴III’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을 가시화한 ‘바람처럼 내 귀를 스쳤다’ 등에서도 인간과 자연, 기술을 융합한 작가의 예술관이 드러난다.

작가의 올해 신작 ‘빈 방’도 전시실 한편에 자리한다. 조안 조나스의 조각, 영상, 드로잉, 피아노 작곡이 겹쳐 형식적으로 연결된 이 시공간에 들어서면 인간 너머의 세계를 그려온 작가의 지난 50여년간 세월이 빠른 속도로 되감기는 듯 하다. 1960년대부터 구축해온 작가의 예술 언어에 더해 최근에 작업한 작품이 함께 놓여 의미를 더하는 공간이다.

강연섭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는 “조안 조나스는 초기 비디오와 퍼포먼스 실험을 선도한 작가로 기후 변화와 생태적 위기 속에서 인간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존재들과의 공존에 중심을 두고 예술 영역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다”며 “조안 조나스의 예술 여정을 주제나 형식이 확장되거나 전환되는 기점을 중심으로 3장으로 나눠 전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에 대한 배움과 존중을 바탕으로 예술 세계를 넓혀온 작가의 관점을 응축한 전시”라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