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주와 지역경제 심포지엄
13도 전후 노동생산성 최대 확인
전국 평균 유사 道, 에너지 전환
韓 경제 전체 변화 시험대 큰 의미
중앙은행은 왜 지역을 바라보는가에 이어, 이번 칼럼에서는 그 시선이 기후 변화로 이어지는 부분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한국은행과 제주도가 공동 개최한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는 기후 변화가 경제활동의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실증적으로 다루었다.
그중 필자의 관심을 끈 발표는 연평균기온과 경제활동 간의 비선형 관계, 다시 말해 기온이 변해도 생산성이 그만큼 비례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고려대 김덕파 교수의 연구였다. 이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이 최대를 보인 지점이 공통적으로 13℃ 전후에서 나타났으며, 그보다 높거나 낮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 U자형’ 구조가 확인되었다. 농업소득이나 제조업 생산성, 1인당 지역내총생산 같은 지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는데, 종합해 보면 기온과 생산성은 생각보다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생산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냉·난방 비용, 노동환경 등 생산조건이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폭염·한파·태풍 같은 기상 현상은 생산활동을 제약하며 소비와 이동을 줄이고 노동공급까지 변화시킨다. 생산·소비·노동 과정에 작용하는 기후 변화는 에너지 가격 또는 공급망 변화, 산업 수익성 악화 같은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과 거시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정기적으로 분석 과제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영향을 고려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중앙은행이 지역을 통해 기후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 제안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시선을 다시 지역으로 돌려보자. 산업 구조와 생활 조건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기후 변화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경기도의 특징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한곳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제조업·첨단산업·물류·서비스업이 한 지역에 밀집해 있어 기후 변화가 생산성을 흔드는 제조업의 반응과 소비·노동공급에 영향을 주는 서비스업의 반응이 함께 드러난다. 각 산업이 영향을 받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현장 단위에서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도 경기도가 갖는 특별한 가치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경기도 남부의 몇몇 산업단지에서는 냉각 부하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을 일시 조정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었다. 기후 변화가 생산공정, 노동환경, 소비행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책실행 단계에서는 이 같은 관찰의 가치는 더 부각된다. 경기도는 산업 구성과 경제활동 내용이 전국 평균과 매우 유사해 이 지역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다른 지역에서의 확산 패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후·에너지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생활권 가까이 들어설수록 주민 수용성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지분을 지역 주민이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주민참여형 지분 모델이 지역 소득과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은 경기도 같이 사람과 공장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의 기후·에너지 전략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그 경험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부담이 커진다면 전국 차원에서도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경기도는 기후·에너지 전환이 한국경제 전체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정책시험 지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후 변화로 인해 경제여건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지역은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관찰되는 공간이다. 중앙은행의 과제는 지역의 현상을 넘어 기후 변화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전환을 어떻게 이해하고 경제 판단에 반영할 것인지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경제의 시대, 관찰의 출발점은 지역이지만 중앙은행 시선의 지향점은 우리경제 전체의 현재와 미래이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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