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상수원 규제’ 8년 전 생 접은 청년 사장의 父 황선남씨

 

보호구역 인프라 없이 처벌 반복

벌금 내려다 신용불량자 되기도

가게 다시 열겠단 약속으로 버텨

황선남씨는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2025.12.12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황선남씨는 팔당 상수원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2025.12.12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지난달 27일. 팔당 상수원 규제에 맞선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각하’되는 순간(11월28일자 1면 보도), 방청석 어딘가에서 조용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던 한 남자가 있었다. 2017년 7월30일. 반복되는 단속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남양주 조안면 스물여섯살 청년의 아버지 황선남씨였다.

8년 전 아들은 ‘수사도 두렵고, 잘한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란 유서를 남겼다. 고향인 조안면에서 작은 막국수 식당을 운영했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단속에 부딪혔다. 벌금과 과태료, 영업중단 조치는 그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조안면 주민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장례식날, 주민 200여 명은 긴 행렬을 이루며 운길산역까지 상여를 밀었다. “이대로는 못 산다”는 절규였다. 그 행렬 끝에 주민들은 헌법소원이라는 마지막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8년이 흘러 돌아온 대답은 각하였다. 시간만 흘렀을뿐 현실은 단 한 뼘도 달라지지 않았다. 작은 희망 하나 부여잡고 버텨온 청년의 아버지는, 그날 법정에서 작은 희망마저 빼앗겼다.

“이제 갈 곳도, 희망도 없습니다… 가게를 다시 열겠다는 먼저 간 아들과의 약속 하나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71세 황씨는 아들이 생을 마감한 그 곳에 있다. 그는 가게 옆 작은 창고에서 연탄불 하나로 겨울을 홀로 버티고 있다. 이웃·지인들 지원으로 근근이 살고 있는 그 공간도 내년 3월이면 비워야 한다.

아들의 죽음 후 벌금을 내기 위해 그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뺐지만 신용불량자가 됐다. 마음을 다잡고 막국숫집 간판을 떼고 편의점을 열 때 그는 “헬멧 같은 규제라도 언젠가는 풀리겠지. 헌재가 억울함을 들어주겠지. 그러면 다시, 아들의 가게를 합법적으로 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편의점 역시 지난 6월, 문을 닫아야만 했고 쌓이는 독촉장 속에서 그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난달 돌아온 결과는 각하였다. “아들이 꿈에 자꾸 나타납니다.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그와 함께 한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이 황씨의 두 손을 꼭 감싸며 말했다. “아버님, 버티셔야 합니다.” 그의 눈가 역시 붉었다.

조안면 주민들의 삶은 다시 1975년, 그 자리에 멈춘 채다. 80%가량이 보호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 약국, 병원, 마트 같은 기본 생활시설이나 생계를 위한 기본적 인프라도 없이 여전히 단속과 처벌만 반복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기본권조차 박탈당한 삶을 살아야 할까. 합리적 규제 개선은 요원한 것인가. 그들은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