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와 가정에 고립… 보호자들 ‘심각한 우울’
용인서 40대 남성 아들 살해후 투신
난도 높은 중증, 활동지원 거절도
“지원사 매칭 개선 방안 마련해야”
안양시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김모(55)씨는 10여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도전 행동이 잦아지며 돌봄 스트레스가 커진 탓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거나 사람이 많은 곳을 찾을 때면 식은 땀이 나면서 의식이 혼미해졌고, 결국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몸집만 어른이고 정신 연령은 돌 전 아기와 다름 없는 아이의 곁을 부모가 하루종일 지켜야 한다”며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안한데, 수면장애나 섭식장애를 케어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해져 암담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용인시에서 아버지가 특수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는 부담 탓에 평소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 A씨와 그의 아들인 9세 B군이 숨진 채 발견(12월11일 인터넷 보도)됐다. 경찰은 B군의 사인이 ‘경부 압박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검안의 판단 등을 기반으로 A씨가 B군을 살해한 뒤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투신하기 전 특수학교에 다니던 B군을 차에 태워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로 와 주차한 뒤 20층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발달장애인 실태분석 및 제도개선을 위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과 보호자의 관계는 어머니가 60.9%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가 19.1%로 뒤를 이었다.
장애인의 돌봄 부담이 가정에 집중된 상황에서 보호자들의 우울감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보호자 4명 중 1명(25.9%)이 ‘진지하게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경기복지재단 ‘2023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조사’ 자료)고 답했다. 보호자들의 우울 정도 역시 절반가량(41%)이 ‘심하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돌봄 난도가 높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교대 근무 없이 장애인을 혼자 돌봐야 하는 탓에 지원사들이 중증보다는 경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돌봄 부담을 가정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의 돌봄 체계를 이용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고립된 부모는 극단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장애인의 돌봄 부담을 국가가 나눠 질 수 있도록 장애가정과 활동지원사 매칭률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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