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국비 확보액이 올해보다 9.1% 늘어난 20조8천92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의 내년 예산 39조9천46억원의 52%에 해당한다. 경기도가 연간 국비 20조원 시대에 처음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지만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지방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내년도 국비 확보액 중에서 73% 가량인 15조3천500억원이 생계급여, 영유아보육료, 아동수당 등 보건복지 분야 예산으로 도비, 시군비의 대응투입 등 매칭이 필수적이다.
최근 경기도의회는 복지 예산이 과도할 정도로 국비와 매칭되면서 도의 자체 복지사업들이 삭감되거나 자동으로 폐기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열린 예산결산특위 예산안 심사에서 임창휘(민·광주2) 도의원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타기팅으로 하는 전략으로 가야 하는데 국비 사업을 우선순위로 하다 보니 마땅히 해야 할 것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비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액을 다른 사업에 우선해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도내 시·군들의 스트레스는 더 크다. 최근 불경기와 건설시장 위축 등으로 지방세 수입 부진에다 세외수입도 신통치 못한데 도내의 일선 시·군들도 국고보조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것이다. 도내의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 자체적으로 신규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재정자립도 전국 3위의 경기도가 이런 지경인데 열악한 지자체들은 소속 공무원들의 인건비 충당도 버거운 터여서 자체 사업 시도는 언감생심이다. 지방정부의 수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전부인데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4:26이다. 그나마 지방정부 몫인 26%를 광역(시/도)과 기초(시/군/구)가 나눠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가 제대로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방비가 지나치게 적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조정하려다 일부 지자체들의 반발로 불발되었다. 지방자치 운운이 민망하다. 지역 현안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잘 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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