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 금지 표지판’ 옆 대자보

“연대의 언어 왜 가로막나” 비판에

건물 벽 민원 제기로 스티커 부착

“관리 차원… 거부·철거하지 않아”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컨벤션센터 벽면에 설치된 ‘홍보물 부착 금지 안내판’ 옆에 이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설치되어 있다. 2025.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컨벤션센터 벽면에 설치된 ‘홍보물 부착 금지 안내판’ 옆에 이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설치되어 있다. 2025.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시설 훼손을 예방하고자 대자보 부착 금지 구역을 정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대자보를 붙여도 되는 곳을….”

대학 본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일 수 있다는 규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인천 한 대학교에 게시돼 눈길을 끈다.

17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대학교 컨벤션센터 1층에는 “학교 측은 현재 학내에서 대자보가 자주 부착된 공간마다 ‘홍보물 금지 표지판’을 달아놓았다”며 “왜 연대의 언어를 ‘승인 여부’로 분별해 가로막느냐”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자신을 ‘지난해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는 글을 게시했던 학생’이라고 소개한 대자보 작성자는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에게 생기와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대학의 슬로건 ‘Inspiring U’( 당신을 깨우는 대학)와 모순된다”며 “미관이라는 외적인 이미지를 걱정하기 전에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대학 사회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대자보 옆에는 인천대 총무과가 부착한 ‘홍보물 부착 금지’ 스티커가 있었다. 이 스티커에는 학생지원과, 교무과, 총무과, 단과대학 교학실 등 관리 부서 승인 후 지정 게시판에 홍보물을 부착해야 하며, 무단 게시한 홍보물은 경고 없이 제거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인천대는 지난 2009년 ‘홍보물 관리 지침’을 마련해 학내 게시판에 홍보물을 부착하려면 사전에 관리 부서에 홍보물을 부착할 게시판, 게시 기간 등에 대해 승인받아야 한다고 정했다. 최근 지침을 어기고 정해진 게시판이 아닌 건물 벽면 등에 홍보물이 붙어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총무과는 홍보물 부착 금지 스티커를 학내 곳곳에 붙였다.

해당 대자보가 붙어 있는 컨벤션센터 1층은 공부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어 많은 학생이 오가는 곳이다. 그래서 사회 현안이나 학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자주 붙었다. 이날도 동물인권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 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 후원금 남용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도 함께 붙어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학생들이 후보자들에게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한 사립대학이 학생들이 사전 승인 없이 시설물에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한 일을 두고 대학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대자보 등으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천대는 캠퍼스를 관리하기 위해 홍보물 관리지침을 정했으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표명하는 대자보 등은 지침을 어겨도 곧바로 철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교내 건물 곳곳에 무분별하게 홍보물이 게시될 경우 미관을 해치고 벽면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관련 지침을 정했다”며 “학내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대자보 등에 대해서 승인을 거부한 사례도 없고, 지침을 어기고 부착된 대자보를 곧바로 철거하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