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20배 차이, 비수기만의 풍경

줄 없는 두물머리 용문산 둘러보기

오롯이 겨울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초겨울 두물머리에선 관광지의 왁자지껄함보단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25.12.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초겨울 두물머리에선 관광지의 왁자지껄함보단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25.12.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관광지의 가치는 오랫동안 ‘사람이 얼마나 몰리느냐’로 평가돼 왔다. 주차장이 가득 차고 입장 대기 줄이 생기며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시기가 곧 성수기다. 반대로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는 계절은 비수기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볼 것이 줄어든다는 인식 속에서 선택지에서 밀려난다. 그러나 비수기 관광지는 정말 갈 이유가 없는 공간일까.

초겨울의 두물머리는 성수기의 풍경과 확연히 다르다. 관광객의 행렬은 사라지고 물가에 서서 잠시 강을 바라보는 사람 몇 명이 전부다. 평소라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려야 했을 느티나무 앞에서도 별다른 제약 없이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

두물머리 일원에 설치된 황포돛배. 곳곳에서 외투를 껴입고 한적함을 즐기는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다. 2025.12.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두물머리 일원에 설치된 황포돛배. 곳곳에서 외투를 껴입고 한적함을 즐기는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다. 2025.12.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강가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한 방문객은 “성수기보다 자연풍광이 더 잘 찍히는 시기라서 이런 때를 더 즐긴다”며 “사람이 적으니 스트레스도 덜하고 겨울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세미원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달은 7월로 한 달 동안 6만9천159명이 다녀갔다. 반면 올해 1월 방문객은 3천56명에 그쳤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방문객 수 차이는 약 20배에 달한다. 계절에 따라 관광 수요가 얼마나 뚜렷하게 쏠리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겨울,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어붙은 두물머리에 눈이 내리면 장대한 설경을 볼 수 있다. 영하의 비수기에도 가끔은 두물머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양평군 제공
한 겨울,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어붙은 두물머리에 눈이 내리면 장대한 설경을 볼 수 있다. 영하의 비수기에도 가끔은 두물머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양평군 제공

용문산관광지도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단풍철이나 휴가철에는 관광지로 향하는 도로부터 차량이 몰리고 인근 식당가에는 이른 시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되곤 한다.

비수기에는 이런 풍경이 한결 느슨해진다. 관광지로 이어지는 길은 정체가 없으며 평소 줄이 길게 늘어서던 맛집들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오가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아 동선이 겹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다.

눈 내린 용문사. /양평군 제공
눈 내린 용문사. /양평군 제공

비수기의 자연관광지는 ‘이용 방식이 달라진 공간’에 가깝다. 인파의 활기는 줄어들지만 이동 속도는 여유로워지고 그만큼 머무는 시간은 성수기에 비해 길어진다.

관광정책과 마케팅은 그동안 성수기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겨울의 두물머리와 용문산관광지는 사람이 적은 시기에도 관광지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붐비지 않는 공간에서의 이동과 체류, 그리고 느린 동선은 별도의 설명없이도 하나의 풍경이 됐다. 내년 1월말까지 진행하는 ‘겨울엔 양평’ 스탬프 투어 또한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더해진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