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 플라스틱’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카페나 식당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가려면 소비자들은 ‘컵값’ 100~200원을 따로 내라는 얘기다. 최종 컵값은 매장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 식당 내 종이컵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고객이 요청하면 무상 제공이 가능하다. 역대 정부의 변덕스러운 정책에 호되게 당했던 자영업자들이다. “컴플레인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네요” “종이컵도 추가금 내라고 할까”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벌써부터 혼란을 걱정하는 글이 올라온다.
‘도입→폐지→재도입→유예’ 오락가락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문재인정부 때 추진돼 2022년 6월 전국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인의 반발에 부딪혔다. 소비자는 번거롭고 소상공인은 할 일이 늘어 부담스러웠다. 결국 그해 12월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범 운영됐다. 윤석열정부가 전국 확대를 늦추고 자율에 맡기면서 흐지부지됐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기조도 뒤집혔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 역시 실패한 정책이다. 2022년 11월부터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무기한 연장하면서 사실상 규제가 풀렸다. 이후에는 자율에 맡기고 종이 빨대 사용을 유도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당시 정부만 믿었던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생산 설비에 투자했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환경부 보고서에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확실한 검증도 없이 섣불리 추진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 대국이다. 2023년 기준 1천451만3천t으로 중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화학산업 규모도 세계 5위다. 그만큼 플라스틱 환경오염에 대한 부채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탈 플라스틱 정책은 후퇴와 역진을 반복했다. 시장과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사회적 에너지만 소모했다. 환경부 로드맵에 플라스틱 원천 감량과 재활용 확대를 이끌어낼 파격 인센티브가 담겨야 한다. 소비자 인식과 정책의 괴리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역대 정부의 오류가 반면교사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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