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난개발·사기…
지역발전 이면에…
험한 것들이 나왔다
경기도의 경기(京畿)는 서울과 수도 주변 지역을 뜻한다. 고려 현종시대에 개경의 외곽 지역을 뜻하는 말로 처음 사용됐다. 지금의 경기도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으며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불린다. 특히 경기도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 서울의 기능을 이전하거나 늘어나는 서울 인구를 분산하기 위한 도시개발사업이 집중됐다. 안산시의 경우 서울의 공업기능을, 과천시는 서울의 행정기능을 옮기기 위해 조성됐고 현재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남 분당 역시 서울의 주택수요 분산 등을 이유로 조성된 1기 신도시 중 하나다.
이처럼 경기도는 ‘도시개발’과 인연이 깊다. 경기도 주요 도시들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도시개발로 조성됐고 현재도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건설된 도시는 새로운 주거공간이 되고 이는 곧 지역발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도시개발 이면에도 어두운 그늘은 존재한다. 개발이슈를 따라 투기꾼들이 몰리며 땅값이 치솟고, 오랜기간 거주했던 원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교통 등 도시 인프라를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채 집만 지어대는 난개발로,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경기도에서 도시개발은 늘 뜨거운 감자다.
경인일보는 지난 80년간 경기도에서 이뤄진 도시개발, 이에 따른 여러 문제를 심도있게 취재해 보도했다. 도시개발 관련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고 여러 개발이슈로 투기꾼이 몰리는 실태를 고발했으며 국내 지적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지적재조사사업을 이끌어냈다.
제대로 된 보상받지 못하고 떠나는 원주민
인프라 갖추지 않은채 집 지어대는 난개발
경인일보, 피해 사례·부작용 등 집중조명
지적 원점 독립 캠페인 ‘지적이 국력이다’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지형의 경계가 일치하는 않는 것을 ‘불부합지(不符合地)’라고 한다. 불부합지인 땅은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어 건설행위가 금지되며 매매, 담보대출 역시 불가능하다. 특히 지적정보가 등기정보와도 일치하지 않아 과세 기반마저 흔든다. 내 땅이 불부합지로 문제가 생겨도 현행 법체계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당연히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할 때도 불부합지가 나타나면 개발은 지연된다. 국내 지적제도는 1910년 일제가 조세 및 토지소유권 수탈을 위해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작성한 지적도를 기반으로, 당시 일제가 측량하지 않고 방치한 토지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적도자체가 잘못되어 있기에 전산화를 해도 오류가 해결되지 않으며 새로운 측량기술이 개발되어도 적용이 어려웠다.
경인일보는 2007년 6월부터 국내 지적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14회에 걸쳐 기획보도했다. 국내 전체 필지 중 측량 불일치 토지가 15%에 달한다는 사실과 이에 따른 과세 문제, 재산권 침해, 대규모 택지개발 지연 등 여러 문제를 짚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이미 인지해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많은 예산과 소송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감사원이 이를 막고 있으며 지자체 역시 눈에 띄는 업적이 아니기에 지적 업무를 줄인다고 지적했다. 경인일보는 여기에 더해, 전국적인 지적재조사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부합지 문제를 해결해 토지분쟁 소송을 줄이고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의 국유지 환수도 추진할 수 있으며 공평 과세도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경인일보 보도 이후 3년 만에 전국 3천761만여 필지의 지적도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지적재조사 사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지적재조사 관련 특별법은 2011년 국회를 통과해 공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1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전국 필지를 대상으로 한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인일보 보도를 계기로 국내 지적도가 일제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적제도를 갖추게 된 셈이다.
투기열풍 평택, 설치는 투기 날뛰는 땅값
2000년대 초반, 평택시에 유례없는 개발 광풍이 불었다.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전국 미군기지가 평택 등 5곳으로 통폐합되기로 했고 여기에 국제평화도시건설, 수원~천안간 전철복선사업 추진 등 역세권 개발, 7개 지구의 택지개발 등 여러 국책사업과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다. 개발이슈가 잇따르자, 전국 투기세력이 평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평택 땅값은 1년사이 2~3배 상승했고 서로 매물을 주고받으며 땅값을 올리는 전문 투기수법까지 등장했다.
경인일보는 실체가 없는 택지개발지구를 만들어 홍보하는 사기수법은 물론, 개발정보를 미리 빼낸 투기꾼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헐값에 땅을 사들여 비싸게 팔고 떠나는 문제 등을 고발했다. 특히 평택시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음에도 ‘토지분할’이라는 편법을 통한 투기가 성행하고 서울 강남 등에서 카드깡을 하던 업자, 사채업자들까지 평택으로 몰려온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투기장으로 전락한 평택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함을 짚었고 경인일보 보도 이후 국세청, 경기도, 평택시는 대대적인 합동 단속에 나섰다. 이를 통해 토지 투기 의심자 4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부동산 투기사범을 적발했다.
일제때 작성된 지적도 문제 14회 걸쳐 보도
평택에 투기세력 몰려 땅값 올린 수법 고발
부당이득·사기행위 ‘기획부동산’ 잠입취재
개발행위허가제 ‘연접규제’ 조항 폐지 기여
땅값 부추기는 기획부동산
경인일보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주범 중 하나인 ‘기획부동산’에 직접 잠입취재해 기획부동산 수법과 피해 사례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기획부동산은 각종 개발정책이나 개발 관련 소문을 퍼뜨려 땅값을 올린 뒤 부당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윤희 기자는 직접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기획부동산에 취업, 잠입취재를 통해 기획부동산 실체를 파헤쳤다.
이들은 헐값에 사들인 대규모 토지를 수십개, 수백개로 분할해 팔고 도망가거나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나 양도가 어려운 토지를 속여 파는 범죄적 행태를 보였다. 또한, 아직 토지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은 계약추진 물건을 마음대로 분할해 판매하거나 가짜로 작성된 도면으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기행위도 발생했다. 경인일보는 이러한 치밀하고 조직적인 행태로 기획부동산에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피해를 당한다고 강조했다.
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
정부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위해 ‘개발행위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 따른 것인데, 경인일보는 2007년 오히려 개발행위허가제가 난개발을 부추기며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가 ‘연접규제’ 조항이다. 개발행위허가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반경 500m 이내 지역에서의 총개발면적을 3만㎡로 제한하는 연접규제를 두는데, 여기서 단독주택과 1종 근린생활시설만 예외로 하면서 이를 공략한 투기꾼이 경기도로 몰려든 것이다.
특히 당시 동탄신도시 확장 예정지로 소문난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에는 이러한 허점을 악용한 투기꾼들로 인해 1년 사이 상가건물 40여채가 들어섰고 밭 한가운데 상가가 들어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더욱이 개발행위허가제 연접규제 상한선 안에 개발이 이뤄지면 그외 토지들은 모두 개발할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려 과열경쟁이 발생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도 개발행위 허가의 분야별 기준이 추상적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인일보 보도로 개발행위허가제의 허점이 지적되자,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는 경기도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으며 보도 4년 만인 2011년 개발행위허가제의 연접규제 조항이 폐지됐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촛불시위 시초 효순·미선이 그리고 미군
② 수도권 왓치독, 경인일보
③ 새벽에 홀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④ 벼랑 끝 자영업자 죽음의 진실
⑤ 사회의 가장 작은 목소리를 듣다
⑥ 경인일보가 30년 전 보낸 경고
⑦ ‘좌표 찍기’ 공무원 사망사건
⑧ 경기도 도시개발의 민낯
⑨ 왜 사회적 참사는 반복되나
⑩ 학대와 방임 속에 떠난 아이들
오산/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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