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재료 부담에 김포족 늘어

필요한 만큼만 구매 가능해 선호

젊은층, 이벤트 패션 등 상징 소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 시판용 김치가 진열돼있다. 2025.12.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 시판용 김치가 진열돼있다. 2025.12.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1인 가구 증가와 재료 가격 부담, 공동체 문화의 약화가 맞물리며 전통적인 김장을 포기하고 시판 김치를 선택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나고 있다.

안산시 60대 주부 김성혜씨는 4년째 시판 김치를 구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했지만 가족 간 왕래가 줄어들고 김장을 도맡아 왔던 시어머니가 고령으로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김장을 멈추게 됐다.

김씨는 “요즘은 시판 김치도 맛이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 자주 사 먹는다”며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송돼 편리하다 보니 김장하던 시절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김장을 하지 않고 시판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은 32.5%로 전년보다 3%p 상승했다. 2022년 이후로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응답은 줄어드는 반면 시판 김치에 대한 선호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시판 김치를 구매하는 이유로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39.5%로 가장 높았고, 김치 담그기 번거로워서(33.1%), 직접 담그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서(7.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가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 1인 가구는 5년째 전국 최고치로 대량의 김치를 담가 나눠 먹는 김장 문화가 생활 방식과 맞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맞벌이 가구 증가와 일상 시간 부족 역시 김장을 부담스러운 연례 행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내 한 쇼핑몰에 김장조끼가 진열돼있다. 2025.12.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도내 한 쇼핑몰에 김장조끼가 진열돼있다. 2025.12.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 김장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경험형 옛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SNS에는 김장 자체보다는 김장용 조끼나 고무줄 바지 등 이벤트성 패션 등으로 상징만 소비하는 흐름이 나타나며 레트로 감성의 문화 코드로 희미하게 남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김포족의 증가는 김장 문화가 사라진다기보다 시대 변화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김장 조끼 등 상징적 소비가 단순한 유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김장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이 각인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상징에만 그치지 않고 소규모 부분 참여형 방식이라도 실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