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싸움을 위해 우리가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간 계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12·3 비상계엄 1년에 “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이었다”며 불법 계엄을 정당화했던 것에 비하면 진전된 메시지라 평가할 수 있다. 그간 극우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다가 이제 중도·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장 대표는 변화를 말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윤 어게인 세력과의 결별, 부정선거론자들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사과는 이미 시기를 놓쳐도 한참 놓쳤다. 말 몇 마디에 진정성이 실려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진정으로 계엄을 반성하고 성찰하려면 탄핵을 반대한 국민의힘 기존 당론을 뒤집는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 윤석열의 기이한 발언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성탄절을 일주일 앞두고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감이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북을 친다는 개념의 계엄이었다”면서 “입법·예산 폭거로 국가위기 상황이라 비상사태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궤변을 또 늘어놓았다.
장 대표의 발언은 당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당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가운데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한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처분을 내린 당무감사위의 결정도 당내 내홍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 대표는 당의 변화를 당명 개정과 정책 변화 등에서 찾겠다고도 한다. 당명을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명색이 ‘보수’ 정당을 자처한다면 보편과 상식에 입각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극우적 사고의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차라리 극우적 사고를 가진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당임을 선언하고 보수의 위선을 벗어버리는 게 맞다. 국민의힘이 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입법·행정·지방권력의 권력을 쥘 것을 국민이 견제할 것이라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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