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匿名).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름을 숨김 또는 숨긴 이름이나 그 대신 쓰는 이름’이라고 정의한다.
익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익명게시판’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익명에 숨어’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다. 욕설 등을 서슴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양하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정치인 등은 수많은 익명에게 욕을 먹는다.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익명들은 누군가를 비방하기 위해, 또는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기도 한다. 이는 갈등을 불러오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많이 접해서인지 ‘익명’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 최근 인천 한 구청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봤다. 연말을 맞아 한 기부자가 동 주민센터에 100여 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부자는 익명을 요청했다.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내용도 함께였다. 보도자료와 함께 보낸 사진엔 익명의 기부자가 건넨 현금이 담겨 있었다. 검은 비닐 봉투에 담긴 오만원권과 만원권, 천원권 지폐들이었다. 이 기부자는 자신의 선행을 감추기 위해 익명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익명의 기부는 이뤄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ARS 등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익명의 기부다.
연말이라는 점을 다시 자각했다. 또 우리 사회엔 수많은 선한 익명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생각해보면 익명이 가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조직 내 부조리 등을 익명으로 알리는 이들이 있다. 또 범죄 사실에 대한 신고도 익명으로 이뤄질 수 있다. 지난해 겨울 비상계엄을 반대하는 많은 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익명으로 목소리를 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익명을 부정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 내년엔 익명이라는 단어를 지금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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