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제주… ‘할망 신화’ 한바퀴
창조 신화 ‘설문대할망 이야기’ 테마 건축
하늘 향해 누운 형상, 한라산과 직선 배치
곳곳 돌하르방·밭담 배치 역사·문화 구현
자연과 조화된 설계… 지상 돌출 ‘최소화’
지역 장인이 작품 참여, 주민 정서 녹여내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생성과 제주의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 얽힌 전설을 넓은 ‘곶자왈’(자갈을 뜻하는 ‘자왈’과 나무숲을 의미하는 ‘곶’이 결합된 제주어로 제주 중산간 지대에 넓게 형성됐다)에 다양한 돌문화 유물과 자료와 전시공간 등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접하고 관람할 수 있는 테마형 공원이다. 2023~2024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명소다.
■ ‘돌’·‘신화’ 테마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제주돌문화공원은 크게 돌박물관(수석전시관 돌갤러리 등), 오백장군갤러리, 설문대할망전시관, 야외 전시동(용암석 전시관, 돌문화전시동), 제주전통 초가마을 등 전시시설과 관리시설, 편의시설(주차장, 휴게소) 등으로 구성됐다.
공원을 조성할 때 제주의 정체성인 ‘돌’과 ‘신화’를 주제로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건축적으로 구현하는 데 노력했다. 건축물에는 제주의 현무암과 흙 같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전체 공간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공원의 핵심은 제주의 창조 신화인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테마로 삼았다는 점이다. 돌하르방, 밭담 등 제주의 전통적인 돌 문화를 공원 곳곳에 배치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제주의 신화, 역사, 삶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역 장인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공원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제주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담아냈다.
관람 동선은 ‘전설의 통로’→‘하늘연못’→‘돌박물관’→‘돌문화 야외 전시장’→‘설문대할망전시관’→‘전통 초가마을’→‘오백장군상’→‘어머니의 상’ 등으로 배치됐다. 1시간, 2시간, 3시간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 제주 창조 신화 ‘설문대할망전시관’ 문 열어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상 돌출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원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돌박물관과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지상 1층으로 구성, 주변의 오름 등 자연과 융화될 수 있도록 했다. 돌박물관의 옥상에는 지름 40m에 이르는 원형의 연못이 조성됐다.
이름하여 ‘하늘연못’. 마치 하늘을 지상에 내려놓은 듯한 풍경을 자아내는 하늘연못은 수면 자체가 자연을 비추는 거울처럼 설계됐다. 또한 연못 아래 바닥으로 약 5천700분의 1 스케일로 축소된 입체 제주 모형이 설치돼 있다.
올해 6월 문을 연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제주돌문화공원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핵심 공간이다. 10여 년에 걸쳐 준비해 온 이 전시관은 제주의 창조 여신 ‘설문대할망’을 테마로 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신화 건축물이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은 하늘을 향해 누운 설문대할망의 인체 형상과 한라산, 물장오리, 성산 일출봉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는 모양으로 설계됐다. 머리, 심장 등 각 부위에 맞춰 전시 콘텐츠가 배치됐는데 이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설문대할망의 생애와 제주의 신화를 따라 걷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머리 부분은 연극과 학술 행사 등이 가능한 다목적 예술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관 중앙에는 또 다른 ‘하늘연못’ 형태의 연못(물장오리)이 자리하며, 개방된 천장으로는 밤하늘과 별자리, 우주의 이미지가 연출돼 설문대할망이 품은 생명과 우주의 상징성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 ‘자연과 조화’ 설계 원칙 적용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도 가장 주목할 점은 ‘자연과 공존하는 설계 원칙’이다. 공원 내 숲과 나무, 곶자왈은 그대로 보존됐고 새로운 식재보다는 기존의 돌, 나무, 지형을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냈다. 공원의 모든 건축물과 야외 시설도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인 건축적 시도 중 하나는 바로 노출콘크리트 공법이다. 이는 건축의 외피를 장식 없이 콘크리트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료의 질감과 구조미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건축 상식에 따르면 현무암 골재는 기포 발생 등으로 인해 노출콘크리트에는 부적합하다는 견해가 많았는데 제주돌문화공원 내 돌박물관 건축 과정에서 수차례의 샘플 시공과 배합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제주에서 생산된 자재로 독자적인 콘크리트 질감과 색감을 완성해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단지 미학적, 건축적 완성도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 역사, 신화, 지역 자재를 통합적으로 엮어낸 총체적 공간이다. 특히 노출콘크리트라는 현대적 공법을 제주 현무암과 접목시켜 전례 없는 건축적 실험을 성공시킨 점은 제주지역 공공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 속에 건축을 녹여내 제주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건축분야 전문가들도 현무암과 흙 등 제주의 자연 재료를 활용해 공원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도록 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특히, 돌 박물관은 제주의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선과 공간 구성을 통해 제주의 지역적·문화적·신화적 탄생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탁월한 건축적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 “관람 환경·안내 체계·시설 보강 등 최선”
제주돌문화공원은 현재 전반적인 시설 보강과 운영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진행 중인 주요 사업으로는 예술인 작업공간 조성, 초가집 이엉잇기 등이 있다. 예술인 작업공간 조성 사업은 문화·예술인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김동희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장은 “관람환경 개선, 안내 체계 보완, 휴게시설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시설 보강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주돌문화공원이 제주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일보=김문기기자,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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