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는 범인과 범죄 시간, 장소를 예측하는 치안시스템 ‘프리 크라임(Pre-crime)’이 등장한다.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신분 위장을 위해 안구 이식수술까지 받는다. 사람들이 광고판을 지나가면 자동 얼굴인식으로 구매력 높은 상품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속 상상력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문·음성·얼굴·홍채·정맥 등 생체 인식의 영역은 놀라운 속도로 확장 중이다. 경찰은 2017년부터 ‘3D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고 실종자도 찾는다. 인천공항은 2023년 여권·안면 정보·탑승권을 사전 등록해 얼굴로 인증하는 ‘스마트 패스’를 시작했다. 일상에서는 은행·쇼핑 등 앱을 실행할 때 페이스ID의 편리함이 익숙하다.
이제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려면 안면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3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내년 3월 23일 정식 도입한다. 범죄 차단용 ‘자물쇠’를 하나 더 잠그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인증 앱 ‘PASS(패스)’를 통해 신분증 얼굴 사진과 실제 본인 얼굴을 촬영해 동일인인지 확인한다. 위조·도용한 신분증으로 개통한 대포폰의 범죄 악용은 심각하다. 올 들어 11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안면인증의 범죄 예방 취지에도 여론은 대체로 싸늘하다. 국회전자청원사이트에 반대 청원도 올라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불 끄기에 나섰다. “동일인 여부의 결과만 확인하고 생체 정보 등은 따로 보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증 결과도 10분 안에 사라진다지만, 국민들은 그 10분도 께름칙하다. 올해 국내에선 1월 GS리테일부터 쿠팡 사태까지 유출 건수가 6천만건 이상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모두 심각한 해킹과 유출 사고를 냈다. “비밀번호는 바꿔도 얼굴은 못바꾼다.”, “범죄단체에 정보 넘어가면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신뢰가 무너진 통신 3사에 안면정보를 맡기라니, 불만이 쏟아진다.
2019년 안면인식을 의무화한 중국에서 부작용이 잇달았다. 통신 사기는 사라지지 않았고, 얼굴 정보 17만개가 개당 0.5위안(약 100원)에 거래됐다. 철통 보안장벽도 뚫는 범죄조직이다. 딥페이크 기술에 안면인증 절차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만에 하나’까지 빈틈없이 검증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의 인내심은 바닥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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