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평등과 민주주의는 ‘한 몸’
기득권 집단 해체해야 하는 까닭
우리사회 언론·교육 개혁 절실
자기성찰을 향한 지성적 노력을
‘2025년 한국인의 의식과 가치관 조사’는 우리사회가 경제적 부유함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우선시한다고 보고한다. 이어 우리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중대 문제로 빈부격차 해소를 꼽았다. 민주주의의 본질에 미루어볼 때 이러한 여론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결과는 나라를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었던 계엄 선포 이후의 시간이 우리사회를 한층 성숙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인민이 주권을 지닌 나라를 위해서는 시민 각자가 이런 체제를 유지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식 및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 그 까닭은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토대가 언제나 시민의 일상적 삶과 의식의 민주화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토대가 무너지면 민주주의 체제는 말할 것도 없이, 이를 위한 법과 언론의 합리성도 유지되지 못한다. 시민 각자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 이유에서 개별 시민의 고유한 권리와 의무는 물론, 그가 자리한 사회적 삶을 유지하는 여러 조건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적 평등이 포함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경제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체제가 과잉으로 작동하면서 자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 불평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시민의 기본적 삶의 토대를 무너지게 만든다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반드시 후퇴한다. 한 사회의 경제적 토대를 지켜내지 못하면 민주주의 체제도 유지되지 않는다. 지금 누리는 경제적 풍요와 여유에 만족한다면, 이를 위해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 평등과 민주주의는 별개의 요소가 아니라 한 몸을 이루는 두 개의 얼굴이다. 지금의 경제적 풍요와 안락한 삶은 물론, 내가 누리는 각종 권리와 자유는 우리사회를 유지하는 경제적 평등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 토대를 지켜내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퇴보하게 된다. 삶의 민주화 없이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인식이다. 사회의 공동선을 지켜낼 수 있을 때 나의 권리와 내가 지닌 삶의 토대도 유지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이 사회의 협소한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해야 하는 까닭이다. 계엄 사태는 물론 지난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를 단죄하는 일을 은연중에 거부하는 세력은 그들이 지닌 반민주적이며 부패한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공동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한 줌 기득권 집단의 이기적이며 반민주적 행태는 온갖 현란한 옷을 입고 개혁에 반대한다. 일부 법조계와 주류 언론의 행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두려움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계엄 사태와 이후의 해소과정이 기득권 카르텔 해체와 분리될 수 없게 된다.
민주주의는 인내가 필요한 험난한 길이다. 대립되는 집단과 다양한 의견을 끊임없이 중재해야 한다. 언론 자유를 빙자하여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편향된 언론을 양산한다. 그럼에도 나의 올바름과 정의에 기대어 다름을 억압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편향된 언론을 분간하고, 소란과 대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합리적 공론장과 민주주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쉽게도 현재의 언론과 교육체제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동한다. 기득권의 논리에 편입된 주류 언론은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자유를 위협한다. 능력주의와 성과중심주의에 함몰된 교육체제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언론과 교육 개혁이 절실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론장과 교육은 이를 위한 토대이지만 시민 각자가 의식과 행동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지향이 우리 삶과 실존에서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난 시간 우리를 지켜낸 힘이 다가올 한 해 자기성찰을 향한 지성적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은 민주주의를 위한 자기성찰로 채워질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민주는 계엄 따위로는 퇴보하지 않을 만큼 굳건해질 것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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