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극심한 스트레스 유발
적절한 진통제, 회복 위한 필수
금식보다 소량 저지방식 권장
처방식·급여량 유지 예후 좌우
앞선 칼럼에서 췌장염의 발병·진단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엔 췌장염에 대한 마지막 칼럼으로 췌장염의 치료와 예후, 회복 후 관리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개와 고양이의 췌장염은 진단이 끝났다고 곧바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주사 한대 맞고 약 며칠 먹고 끝나는 처치가 아니라 염증을 안정화시키고 재발을 관리하는 장기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보호자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
췌장염에 대한 치료법은 아직 ‘염증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특효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췌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전신 상태를 안정시키는 보존적 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평생의 관리로 이어지며 병원에서의 처치와 가정에서의 돌봄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췌장염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염증으로 흔들린 몸의 균형을 다시 잡고 췌장이 더 이상 스스로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급성 췌장염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직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으로 치료의 핵심은 통증 조절과 수액 요법이다. 췌장염으로 인한 복통은 반려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통증 자체가 염증 반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적절한 진통제 투여는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필수 치료로 간주된다. 통증이 줄어들면 반려동물은 숨쉬기와 움직임이 한결 편해지고 이는 전신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구토와 설사로 인해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고 저혈압을 교정하기 위해 정맥 수액 치료가 시행되며, 이는 손상된 췌장과 장기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돕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구토가 심한 경우에는 항구토제를 병행해 체력 소모를 줄인다.
먹는 문제 역시 치료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췌장을 ‘완전히 쉬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간 금식이 권장되었으나, 최근에는 조기 영양 공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장 점막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소량의 저지방 식이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소량을 여러 번 나누어 급여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특히 개의 경우 지방 함량이 낮은 처방식이 치료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고양이는 식욕 부진이 길어질 경우 지방간 위험이 높아 강제 급여나 식욕 촉진제 사용이 고려되기도 한다. 물론 아무 음식이나 먹일 수는 없다. 지방 함량이 낮고 소화가 쉬운 처방식이 기본이 된다. 감염이 동반되었거나 장기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항생제가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전해질 불균형이나 저혈당, 고혈당이 나타날 경우 이에 대한 교정 치료가 함께 이루어진다. 중증 환자에서는 집중 치료가 필요하며 입원 기간 동안 반복적인 혈액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다. 췌장염은 하루 이틀 사이에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대응의 속도가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
급성기를 넘긴 이후의 예후 관리는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췌장염을 한 번 앓은 반려동물은 재발 위험이 높으며 일부는 만성 췌장염으로 이행해 평생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관리 원칙은 식이 조절이다. 보호자가 임의로 간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급여하는 것은 재발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정해진 처방식과 급여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를 좌우한다. 정기적인 검진 또한 필수적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통해 췌장 상태를 점검하면 재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 췌장염이 간과 장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소화기 건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보호자는 구토, 식욕 저하, 체중 감소 같은 미묘한 변화에도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췌장염은 완치보다 ‘조절과 공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다. 치료의 성패는 병원에서의 처치뿐 아니라, 집으로 돌아간 이후 보호자의 관리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반려동물의 췌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려한 치료가 아니라, 일상의 식사와 관찰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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