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장관 실언, 국운 걸린 사업에 재뿌린 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주 땐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라

지역 옮겨야 되는건 아닌지 고민”

김성환 발언, 논쟁 불지핀 자충수

지역·정치권 싸움거리 던져준 셈

사진은 용인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예정되어 있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전경. 2025.1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사진은 용인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예정되어 있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전경. 2025.1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용인 반도체메가클러스터가 이미 착공에 들어간 시점에서 일부 정치권은 물론 정부 인사까지 이를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논란이다.

명운을 건 국책 사업으로 속도를 높여야 하나 정부가 스스로 논쟁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지난 26일 김성환 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라며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도체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한다는 듯한 뉘앙스로, 갈등을 부추겼다.

지난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반도체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한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김 장관의 모습. 2025.12.23 /연합뉴스
지난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반도체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한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김 장관의 모습. 2025.12.23 /연합뉴스

29일 경기도 및 용인시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LH는 지난 22일부터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보상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현재 보상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니어서 법적으로 계획 변경이 가능하더라도, 관련 기업들의 입장과 경제적 부담 및 행정적 절차가 추가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일인만큼 계획 변경은 불가능한 일이다.

관련 업계와 지역주민들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데에 공통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용인시 남사읍 지역 주민은 “보상 절차를 밟기 전이라면 모를까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면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고 굉장한 혼란이 올 거 같다”며 “국토균형발전 측면이나 용수와 전력 문제, 불보듯 뻔한 주변 환경 오염 문제 등 용인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지만 수십년 동안 농업 등 생업을 하던 이들이 ‘국가사업’이라는 주장에 힘겹게 결정한 것을 지금 와서 되돌린다면 엄청난 혼란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견해도 마찬가지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9년에 SK하이닉스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이 시작돼 (6년이나 흘러) 착공에 들어갔는데 지방으로 옮기려면 부지부터 다시 찾아야 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급한 것은 (용인 반도체메가클러스터의) 전력·용수문제”라며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 그래도 갈등뿐인 정치권에서도 싸움 거리를 제공한 셈이 됐다.

경기도 정치권은 용인 반도체메가클러스터 ‘사수’에, 새만금을 필두로 한 전북 정치권은 ‘이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용인 지역국회의원들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논란이 증폭되자 기후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기후부 장관이 용인반도체 산단의 지방이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며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 차이로 인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지산지소형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용수를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의 고민을 설명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도 “이전 관련해 들은 바는 없다”며 “보상 절차와 앞으로 착공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이영지·오수진·윤혜경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