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2012년 ‘추 구트 퓌르 디 톤네(쓰레기통에 넣기에는 너무 괜찮은)’ 사업을 시작했다. 아깝게 버려지는 음식물과 탄소 배출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했다. 효율적인 푸드 셰어링(음식 나눔) 실천은 ‘공정 나눔 냉장고’를 통해 이뤄졌다. 신선한 식재료와 깨끗하게 남은 음식을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미국 뉴욕에는 2020년 무료 거리 냉장고가 처음 설치됐다. 예술가들은 냉장고를 개성 있게 꾸몄고, 지역 주민들은 냉장고에 애칭까지 붙여줬다. 캐나다 토론토의 공동체 냉장고 운영 노하우는 캘거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유냉장고는 전 세계 240여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2018년 1월 한국에도 ‘공유냉장고’가 상륙했다. 전국 100여곳 중 40곳이 설치돼 있는 수원시에서 가장 활발하다. 1호점 권선종합시장, 2호점 바른생협 매탄점을 비롯해 음식점, 교회, 도서관, 병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겨울철이면 공유냉장고가 텅텅 빈다. 35호점 남수연화경로당 공유냉장고 안은 반찬과 채소 대신 사탕 20여 봉지로 채워져 있다. 여름철에는 경로당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채워지지만 겨울철에는 식재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원봉사자나 일부 기부단체의 관심과 열정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공유냉장고에 기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음식을 공유냉장고로 가져가 관리자에게 접수한다. 물품 접수대장에 품목과 제조일, 유통기한을 적고 음식을 넣으면 끝이다. 유통기한 3일 이상 남은 채소와 식재료, 냉동식품, 음료수, 곡류 등을 기부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주류, 약품류와 건강보조식품, 불량식품은 사절이다. 음식물 이용자는 육안이나 후각으로 충분히 안전한지 판단하고 섭취해야 한다. 식중독 등 안전사고는 전적으로 이용자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용자는 1인당 1개의 음식물을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물을 담은 유리병과 다회용기는 공유재산이다. 깨끗이 씻어 반납하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다.
공유냉장고는 모두가 주인이다. 온기를 넣어두면 정을 꺼내가는 나눔과 연대 프로젝트다. 자원 순환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소외이웃을 보듬는 손길이 된다. 먹거리를 나누는 공동체의 유대감은 견고할 테다. 소유보다 공유가 필요한 세상이다. 세밑세초에도 공유냉장고가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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