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아이큐가 한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8년 전 통화녹취가 ‘파묘’ 됐다. 바른정당 의원이던 2017년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했다. 폭언에 시달린 직원은 보름 만에 그만뒀다. 이 후보자는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탄핵 반대 삭발을 강요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1월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집회에 참여한 기초의원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지명 2시간 만에 ‘초고속 제명’한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배신자’ 낙인에서 ‘인성과 자질’로 프레임을 확대할 태세다.

앞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도 ‘보좌진발 폭탄’이 터졌다.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폭로됐다. 16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과 가족들이 공항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남의 국정원 채용과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외에도 장남 업무대행 논란, 쿠팡 대표와 호텔 오찬, 텔레그램 내용 불법 취득 의혹, 배우자의 구의원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이 꼬리를 물었다. ‘1일 1의혹’이 적립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바 있는 강선우 의원도 사면초가다. 김경 서울시의원에게 보좌진이 1억원을 받았다는 자백(?)이 담긴 녹취록은 충격적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녹음했다. ‘살려달라’며 울먹이던 강 의원은 “돌려줬다”며 결백을 호소한다. ‘변기 수리, 쓰레기 수거’ 이슈를 엄호하던 같은 당 의원들도 이번엔 손절 분위기다.

갑질 논란은 정재계와 연예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방송인 박나래 전 매니저들의 갑질 폭로는 ‘주사 이모’ 게이트, 술잔 특수상해 고소전으로 일파만파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상습 폭행 ‘엽기 행각’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무개념한 ‘갑’들은 공적 권한과 지위를 사적으로 남용하고 묵인해왔다. 갑질은 사회 윤리와 공정의 가치를 위협한다. ‘잠깐 몸 낮추고 미안한 척,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갑질을 기록한 ‘을’들의 녹취록들이 한꺼번에 터져야 정신을 차릴까 궁금하다. ‘갑’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을’들의 반격은 계속될 테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