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일 새벽(현지 시간) 베네수엘라를 침공했다. 미 공군이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는 동안 델타포스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을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하고 베네수엘라 임시 통치를 선언했다. 전 세계가 몇 시간 만에 한 나라의 대통령을 제거한 미국의 무력에 경악하면서, 사태가 미칠 여파에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트럼프는 마두로 부부 체포 명분으로 마약 밀매 혐의를 앞세웠지만 터무니없다. 이런 식이면 강대국이 약소국 독재자를 마음대로 증발시킬 수 있다.
트럼프는 “이번 작전으로 미국의 서반구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작전의 기원이 “먼로 독트린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침공의 진짜 명분이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1999년 이후 마두로 정권까지 30년 가까이 남아메리카 대륙의 반미 선봉이었다. 반미의 여백에 미국의 경쟁국 중국이 파고들었다. 미국은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아메리카 대륙 주도권을 선포한 ‘먼로 독트린’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베네수엘라가 먼로 독트린을 무시하고 중국에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열어주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남아메리카 반미친중 국가들과 중국을 향한 경고장이다.
미국의 의도가 관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제법 위반이 분명한 군사 침공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선을 넘었다’고 반발하고, 베네수엘라 국민 여론은 유동적이다. 베네수엘라가 전쟁 불사로 가면 미국이 지옥에 빠진다. 침공의 여파도 온통 흉(凶)한 예측들뿐이다. 먼로주의를 돈로주의로 실행한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 패권 의지를 부추겨 대만 해협의 긴장이 격화될 것이다. 미국의 마두로 제거 작전에 놀란 북한은 중·러 동맹과 핵무장 강화의 가속 페달을 힘껏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모루 대만을 망치로 위협 중인데 미국이 중국의 남미 모루 베네수엘라를 망치로 때렸다. 미·중 사이에 놓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더 깊고 넓어졌다. 한국을 직격하는 미국의 대외 전략이 수상해진 지 오래다. 동맹국 한국의 달러 금고를 관세협상으로 털어가더니, 최근엔 평택 아파치 헬기 대대를 비활성화했다. 반면에 중국은 한국의 미국 지향 안보·경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미·중 대결이 격화하면 양쪽에 망치질 당할 모루 신세가 될 수 있다. 오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 같아야 할 국제정세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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