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실제 선거 실무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확인해보기 위해 양평군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가상 후보’ 김출마(40)씨를 설정하고 선거캠프의 핵심업무를 일괄적으로 Chat GPT, Gemini, Suno 등 각종 AI 챗봇에 맡겨보았다. 문안·공약·선거홍보노래·일정 등 후보캠프의 기본 틀이 되는 작업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생산되는지, 그리고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AI가 가장 먼저 만든 것은 공약 초안이다. ‘양평군의 최근 지역 현안’을 Chat GPT에 입력하자 후보의 직업·연령대·출마구역을 반영한 12개의 공약이 자동으로 정리됐다. 상수도 현대화, 농촌 교통망 보완, 귀농·청년 정착 지원, 반려동물 공공 인프라 개선 등 실제로 지역의회에서 다뤄진 현안 중심이다. 공약 문안은 표현과 순서만 조정하면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예산 추계와 구체적 시행방안은 사람이 반드시 검토해야만 했다.

AI 선거 포스터.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AI이미지 재가공
AI 선거 포스터.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AI이미지 재가공

선거송 제작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인됐다. AI에 ‘선거 트럭에서 사용할 중독성 있는 신나는 노래,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메시지, 양평군 군의원 출마자 김출마의 이름을 넣은 가사’라는 조건을 입력하자 10초만에 노래가 나왔다. 생성된 노래는 후렴 반복, 직관적인 메시지, 지역명·직책 삽입 등 기존 선거송 구성과 유사한 형태였으며 편곡이나 추가 녹음 없이도 바로 재생 가능한 수준이었다. 선거송 제작은 작사·작곡 비용이 부담되는 영역이지만, AI로 비용과 제작 시간을 크게 줄였다.

캠프 일정 역시 자동으로 작성됐다. ‘출마선언까지 남은 30일간의 선거 준비 일정’을 입력하자, AI는 인터뷰 준비·정책 검증·SNS 업로드 계획·현장 방문 항목을 포함한 세부 일정표를 제안했다. 특히 ‘지역 민원·현안 수집 루틴’, ‘매일 오전 메시지 점검’, ‘주 단위 정책 브리핑’ 같은 항목은 실제 후보 캠프에서 사용하는 일정표와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역의 행사 일정이나 주민단체 일정 등은 수작업으로 추가해야 했고 AI가 제안한 일정 중 일부는 지방선거법과 충돌 우려가 있어 사람이 최종 검토해야 했다.

이 같은 결과가 양평군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유형의 지역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이어갔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는 7월 출범이 예정된 인천 영종구를 배경으로 또 다른 가상 후보를 설정해 AI에게 선거 실무를 맡겼다.

‘기초의원 가상후보’ 챗봇에 선거캠프 설정 실험

공약·일정 1시간만에 뼈대, 선거송 10초만에 제작

전문 인력 부족한 곳 ‘시간·비용 동시 감소’ 효과

 

지역 지리·행정 요건 등은 한계… 사람 손길 필요

전문가 “도움은 받되, 후보자 ‘차별화’ 보완해야”

(왼쪽) 선거송 제작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인됐다. SUNO AI에 ‘선거 트럭에서 사용할 중독성 있는 신나는 노래,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메시지, 양평군 군의원 출마자 김출마의 이름을 넣은 가사’라는 조건을 입력하자 10초 이내에 노래가 제시됐다.
(오른쪽) 캠프 일정 역시 자동으로 작성됐다. ‘출마선언까지 남은 30일간의 선거 준비 일정’을 입력하자, AI는 인터뷰 준비·정책 검증·SNS 업로드 계획·현장 방문 항목을 포함한 세부 일정표를 제안했다. 2025.12.2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왼쪽) 선거송 제작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인됐다. SUNO AI에 ‘선거 트럭에서 사용할 중독성 있는 신나는 노래,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메시지, 양평군 군의원 출마자 김출마의 이름을 넣은 가사’라는 조건을 입력하자 10초 이내에 노래가 제시됐다. (오른쪽) 캠프 일정 역시 자동으로 작성됐다. ‘출마선언까지 남은 30일간의 선거 준비 일정’을 입력하자, AI는 인터뷰 준비·정책 검증·SNS 업로드 계획·현장 방문 항목을 포함한 세부 일정표를 제안했다. 2025.12.2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영종구 지역 현안’을 입력하자 공항 소음 문제, 교통 혼잡 해소, 신도시 기반시설 확충, 관광·공항경제 연계 전략 등 해당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돼 온 이슈들이 공약 초안으로 정리됐다. 공항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생활환경 개선과 교통 문제를 전면에 배치하고 신설 자치구 출범에 따른 행정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구성이었다.

출마 인사 문안과 카드뉴스 시안 역시 빠르게 만들어졌다. ‘지역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행정의 출발’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포함됐고,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숏폼 영상 콘셉트도 함께 제시됐다. 출마 선언까지의 일정표는 정책 발표, 온라인 소통, 현장 방문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일정의 뼈대와 흐름은 양평군 사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실험 과정에서 확인된 AI의 강점은 ‘속도’였다. 공약·시각물·일정 같은 핵심 자료들이 1시간만에 뼈대를 갖췄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기초 단위 선거캠프의 현실을 감안하면 초안 제작을 AI가 담당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지역 맥락을 깊이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공약 문안은 실제 양평군의 지리·행정 요건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웠고, 영종구의 행정구역 조정과 권한 배분 등 신설 자치구 특유의 제도적 요소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정책 우선순위 역시 기존 온라인에 노출되어 있는 기사 빈도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행사 일정·현장 방문 동선 등은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이 직접 수정해야 현실성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AI로 인해 모든 후보가 갈수록 비슷한 수준의 선거 홍보나 공약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AI의 도움을 받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후보자 본인만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지리라 본다”고 지적했다.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