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현행 규제 간극 ‘검증체계 우려’
지역 수익 약화·유권자 피로감 등도 새 변수
AI가 선거 실무 전반에 스며들면서 선거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공약 설계, 메시지 작성, 이미지·영상 제작, 일정표 구성까지 선거캠프의 핵심 작업이 자동화되며 선거 비용 구조와 준비 방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효율이 높아진 만큼 선거의 진실성과 검증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 발전과 현행 규제 체계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이를 다룰 사회적 합의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부각되는 문제는 검증 부담의 증가다. 생성형 AI는 문안·이미지·영상·선거송을 손쉽게 만들어내지만, 그 내용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짧은 선거기간 동안 대량의 콘텐츠가 쏟아지면 후보가 직접 작성하지 않은 문구나 정보의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도 높아져 ‘팩트체크 병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적 규제 역시 완전하지 않다. 딥페이크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금지되지만 합성·보조 기능의 경계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생긴다. 사진 보정이 허용 범위인지, 자연스러운 AI 생성 음성이 규제 대상인지 등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기술 속도에 비해 법적 정의가 뒤따르지 못하는 셈이다.
AI 활용 확산에 따른 유권자 피로감도 새로운 변수다. 생성형 AI는 콘텐츠를 빠르게 반복 생산할 수 있어 특히 후보자가 많은 기초단위 선거에서는 정보량이 폭증할 수 있다. 메시지의 질보다 양이 앞서면서 실제 정책과 입장이 묻히는 ‘소음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선거의 구조적 한계도 두드러진다. 대규모 선거와 달리 기초단위는 참고자료가 부족해 AI가 산출하는 공약·현안 분석이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할 위험이 높다. 앞서 진행한 양평군·영종구를 기반으로 한 가상 선거캠프 실험에서도 주요 현안은 포착했지만, 행정구조·지리적 조건·예산 맥락까지 정확히 반영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선거일수록 AI 의존은 오히려 지역 실정과 어긋난 정책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AI 확산이 가져올 지역경제 충격도 우려된다. 로고송·카드뉴스·영상·홍보물 제작을 맡아온 지역 홍보업체·기획사는 AI의 빠른 대체 속에서 수익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십년간 선거가 유지해온 지역경제 흐름이 단기간에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선거의 핵심 가치인 ‘진실성’ 문제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공약과 메시지를 정교하게 다듬을수록 후보의 실제 고민과 준비 과정이 드러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후보 평가 기준이 흐려질 수 있는 만큼 기술이 만든 초안과 후보 본인의 생각을 명확히 구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AI는 선거 실무의 문턱을 낮추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정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기초선거일수록 기술의존을 경계해야 하고, 공약·현안 분석·이미지·문구 등 모든 생성물에 대한 교차검증이 필수가 될 것이다. 또, 전통적인 선거산업이 붕괴할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기준과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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