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1년만에 마련
충돌 위험·생존 대책 미흡 지적받아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공항 신설 또는 확장 시 조류 생태를 보전하기 위한 지침을 강화했다. 백령공항 건설사업 대상지 주변은 평소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던 만큼, 이번 지침이 사업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류 생태보전과 항공안전 공존을 위한 공항 및 공항 주변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조류 관련) 지침’을 최근 제정해 지난 1일부터 적용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지침은 2024년 12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새 떼와 항공기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된 여객기 참사 발생 1년여 만에 마련됐다.
개선 지침에 따라 ‘조류 현황 조사’가 이전보다 강화됐다. 이전까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단순 분포(개체수, 출현 지점 등) 조사만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개체수뿐 아니라 조류 이동성과 시기까지 조사해야 한다. GPS(위치 확인 시스템), 레이더를 이용해 이동 경로와 출현 빈도를 파악하도록 했다.
또 지금까지 모니터링 실시, 대체 서식지 조성 계획 등을 환경영향 저감방안으로 단순히 내놓았다면, 앞으로는 조류 특성을 반영한 서식지 관리 방안과 조류 충돌 예방 활동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번식지에 둥지 재료 및 먹이자원 제공 ▲인공조명 조절 ▲특정 이동경로를 회피한 시설물 배치 등이 그 예다. 또 조류가 공항으로부터 점차 떨어져 서식할 수 있게 단계적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도록 지침이 변경됐다.
백령공항 건설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2023년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 등 결정 내용을 공개하고, 2024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람 및 설명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쳤다. 2024년 9월 공개된 평가 결과 요약문을 보면, ‘조류 항공기 충돌 저감 방안’은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한 항공기 비행안정성 확보 대책 수립 ▲조류 대체서식지 조성 방안 검토로만 제시한 상태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이 평가가 공항 건설로 서식지를 빼앗길 조류 생존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백령도에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되는 큰기러기, 청둥오리, 괭이갈매기 등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만큼, 주민 이동권 확보와 자연 생태계 보전을 모두 고려한 꼼꼼한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천시는 강화된 지침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 재검토 여부 등 백령공항 건설사업 추진 경위와 관련해 국토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항 건설 시 조류 충돌 위험에 따른 대체서식지 조성 필요성 등은 환경단체에서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향후 세부 내용을 인천시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토부와 수시로 회의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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