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스토브리그는 뜨거웠다. 2026시즌 K1과 K2 29팀의 감독이 모두 확정됐다. ‘감독 사가’의 주인공은 단연 이정효였다. 2022년 프로감독 데뷔 원년 광주FC K2 우승 다이렉트 승격,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과 시민 구단 최초 8강 진출(2024~2025시즌)에 이어 2025 코리아컵 준우승 등 성적표가 화려하다. 재정적 한계가 있는 시민구단에서 디테일한 전술로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도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다. 자칭 ‘동수저’ 감독은 이제 ‘명장’이라 불린다.
이정효는 K1 빅클럽이 아닌 명가재건 자존심 회복에 목마른 K2팀을 선택했다. ‘승격 삼수생’ 수원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 감독에게 1부, 2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정효를 원하고 캐릭터를 존중해준 구단 프런트에 심장이 움직였다. 코칭스태프 ‘사단’ 전원이 함께 영입된 점도 주효했다. 수원삼성의 진정성 있는 러브콜은 이정효의 도전 DNA를 자극했을 테다.
수원삼성 11대 사령탑 이정효는 2일 수원 도이치오토월드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등번호 11번’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일성은 “선수들의 마인드와 프로의식이 저와 다른 생각인 것 같다”며 “소통하면서 바꿔나가겠다”는 것. 메시지는 명료하고 단호했다. 선수단의 체질 개선과 대개혁을 예고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맞추면서 주먹 부딪치는 인사법을 공유했단다. 이 감독은 ‘말의 힘’을 믿는다. ‘우리’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운동을 시작할 때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이유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진심인 이청득심(以聽得心) 소통법이다.
“지금도 제가 안 되기만을 바라는 분이 많다. 그렇게 계속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가 하나하나 무너뜨리면서 깨부수면서 전진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한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거 같다.” 돌직구 멘트 안에 도전하는 축구인생이 녹아있다. 힘들 때 버티다보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이 감독의 축구철학은 결과보다 과정과 태도를 본질로 여긴다. 수원삼성은 내일(7일) 태국 치앙마이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어떤 드라마틱한 여정을 거쳐 ‘우리는 하나’를 완성해갈지 관심이다. 계층 상승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의 대중은 흙수저 성공사례에 열광한다. 흙수저 선출 감독 이정효의 반전 스토리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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