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연한 행동양식 구현

생각보다 훨씬 고난도의 작업

양질의 산업데이터 확보 ‘시급’

임베디드 SW 최적화 병행돼야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며 국내 도로에서의 주행 테스트를 본격화했다. 자율주행 진보에 열광하는 사용자들이 주행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완성되는 시점에는 인간이 운전대를 잡는 것이 자율주행 시스템보다 훨씬 위험한 행위로 간주하여, 오히려 인간의 운전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만큼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자율주행의 본질은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습득한 시각적 정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이는 실체가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이 미래 먹거리로 주력해야 할 분야로 단연 피지컬 AI가 손꼽히고 있다. 일각선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최적의 국가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국제적 경쟁이 유례 없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강점을 전략적으로 펼치지 못한다면, 이 거대한 흐름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지만, ‘물리적’(Physical)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단순히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필두로 한 현재의 AI는 주로 인간이 생성한 텍스트나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피지컬 AI는 테슬라의 사례처럼 인간이 일일이 데이터를 만들어주기 어렵다. 대신 공장, 물류, 서비스, 농업 등 복잡한 물리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학습해야 한다. 즉, 현실의 물리법칙을 준수하며 필요한 행동을 정확히 구현하는 것이 이 기술의 최종 목표다. 따라서 피지컬 AI의 성공을 위해서는 네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첫째 현실 세계의 정밀한 데이터 획득이며, 둘째는 이를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할 ‘멀티모달 인공지능’이다. 셋째 AI의 판단을 물리적 움직임으로 변환할 ‘액추에이터’와 로봇 본체이며, 마지막으로는 상황에 따라 행동을 실시간으로 재조정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제어 네트워크다. 이는 인간의 메커니즘과 매우 흡사하다. 인간은 오감으로 상황을 감지하고, 뇌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결정을 내린 뒤, 몸을 움직여 행동한다. 만약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즉각 행동을 수정한다. 이 모든 과정은 철저히 물리법칙의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유연한 행동 양식을 기계와 AI로 구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고난도의 작업이라는 점이다. 특정 영역인 자율주행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인간처럼 운전하다가 공장에서 작업하고 집에서 요리까지 수행하는 범용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피지컬 AI의 현실적 목표는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 영역에서만큼은 인간보다 더 정교하고 자율적인 업무 처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양질의 산업 데이터 확보다.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제조업 현장의 센서 정보, 시각 정보, 기계의 소리 정보 등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정밀하게 추출해야 한다. 현재의 AI는 물리법칙 자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므로, AI가 내린 결정이 물리적으로 타당한지 인간이 검증하고 재조정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또한 각 산업 특성에 맞는 로봇 하드웨어의 발전과 이를 구동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최적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피지컬 AI의 완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적 발전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은 모든 재원을 단순히 AI 알고리즘 개발에만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센서부터 행동을 구현하는 액추에이터, 그리고 이를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까지 전 단계에 걸쳐 합리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적 유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제조 경쟁력을 결정지을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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