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 미래형 일자리 창출 절실
첨단산업 쫓기보다 제조업 혁신 전략 모색
신한대-경동대-섬유산업聯 손잡고 ‘촉매’
‘지방소멸’을 논할 때 수도권은 뭉뚱그려 열외로 치부되며 논점에서 빗겨간다. 지방소멸이 수도권의 과밀화 때문이란 전제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오류가 있다.
수도권도 수도권 나름이다. 접경지에 자리한 경기 북부지역 상당수 지자체는 지금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청년의 빈자리로 인해 고령화가 무섭게 진행되며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는 복지비용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경기북부에서 지자체와 대학이 손을 맞잡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교육부가 추진 중인 ‘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 사업은 이 지역에서는 복지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RISE에는 여러 사업이 복합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산학협력에서부터 지역혁신사업, 지역발전 생태계 구축 등 사실 지역성장에 필요한 사업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사업은 복지사업의 자양분이자 원천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 RISE는 대학과 지역, 국가경쟁력을 바라보며 상당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미래성장산업 육성, 혁신클러스트 조성, 평생직업교육 혁신 등은 그림을 완성할 핵심적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퇴조하는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을 유치해 미래형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경기 북부 지자체들에는 매우 필요한 발전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로봇 등 첨단산업을 유치해 보폭이 큰 발전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강점을 시대 변화에 맞춰 첨단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발전 전략으로 모색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을 하루아침에 내버리고 첨단산업을 쫓기보다 이미 지역에 뿌리내린 제조업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청년 인구를 늘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경기북부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산업이 섬유·패션산업이다. 섬유·패션산업은 지역생산의 구심점이 돼왔고 앞으로도 잠재력이 있는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기북부 섬유·패션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 신소재 개발,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을 성장 잠재요인으로 보고 있다. RISE는 이를 뒷받침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지자체와 대학이 주축이 돼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신기술 개발을 도울 수 있다. 또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는 대학의 첨단자원 활용을 용이하게 하며 양질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신소재 개발은 풍부한 연구인력과 시설을 보유한 대학의 역할이 어느 분야보다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기북부 섬유·패션 업계가 RISE를 필요한 사업으로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재도약 때문일 것이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국보다 강점을 지니고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술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기 북부에서 섬유·패션산업이 재도약한다면 첨단산업에 버금가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지자체와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RISE가 추구하는 큰 그림과 맞닿아 있는 점일 수 있다.
이미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신한대와 경동대, 경기섬유산업연합회가 손잡고 출범한 ‘RISE 얼라이언스’는 섬유·패션산업의 부활을 목표로 시동을 걸었다. 지역·산업·대학·연구소가 섬유산업 고도화와 전문인재 양성에 힘을 모으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ISE는 지역에서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한데 모을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경기 북부가 직면한 문제는 RISE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인구소멸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더욱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결집돼야 하기 때문이다.
/임원선 신한대 사회과학대 학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