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잊혀진 사회, 문제의 본질을 무대서 묻다”

 

극으로 옮긴 ‘하고 싶은 말을 했기로서니’

주인공에 설득력 있는 존재 ‘학예사’ 설정

연극, 개인 표현 넘어 공공적 매개체로…

“스스로 만족하는 부끄럽지 않은 글 쓸 것”

작품 ‘하고 싶은 말을 했기로서니’로 경기아트센터-경기도극단 창작 희곡 공모 우수상을 받은 김성배 작가. /김성배 작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작품 ‘하고 싶은 말을 했기로서니’로 경기아트센터-경기도극단 창작 희곡 공모 우수상을 받은 김성배 작가. /김성배 작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사도세자 뒤주의 진위 여부를 밝히려 했던 한 학예사. 진실을 전하려한 그의 시도는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 앞에서 무산된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 제5회 창작희곡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하고 싶은 말을 했기로서니’는 이렇게 흘러간다. 이 작품은 한때 논란이 됐던 이슈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때로 진실이 묻혀버리는 상황을 조명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김성배 작가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줄의 기록이었다. 1982년 겨울, 사도세자의 뒤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당시 여러 정황 증거가 제시됐지만, 명확한 결론 없이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뒤주의 진위 여부보다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고 논란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김 작가는 이 지점에 의문이 남았다. 김 작가는 “이야기를 제 안에서 묵혀뒀다가 극작의 실마리를 얻는 편”이라며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남아있었고 극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극의 주인공을 학예사로 설정한 이유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며 “처음에는 역사 동호회 사람들 사이의 논쟁처럼 가벼운 구성을 시도했지만, 이야기가 겉돌았다”고 했다.

여러번 고쳐 쓴 끝에 진실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조직과 제도의 한가운데에 놓인 인물, 그 역할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는 존재가 학예사라고 느꼈던 것이다.

김 작가는 “학예사는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인데, 그의 선택은 결국 진실을 전하려 했던 그의 의도마저 흔들어버린다”며 “다른 이슈에 의해 진실의 논점이 흐려지는 상황이 일상에서도 종종 벌어지는데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려 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는 연극이 개인의 표현을 넘어 사회적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김 작가의 예술관과도 맞닿아있다.

김 작가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소재로 한 연극 ‘고역’을 비롯해 ‘파란피’, ‘목련을 기억하다’, ‘목련 상가’, ‘나의 아름다운 백합’ 등을 극작했다.

김 작가는 “사회 이슈가 갖는 메시지가 강할수록 이야기가 희미해지는 순간이 있다”며 “메시지보다 희곡 자체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 고민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게 목표라고 한다. “아직까지 정말 만족하는 작품을 쓴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희곡은 무대를 전제로 타인과 만나는 글이거든요. 관객과 연출, 배우와 교감하며 훗날 돌이켜봐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나갈 것입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