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안성기가 지난 5일 별세했다. 내일 발인을 앞두고 사회 각계각층이 그와 따스하게 이별 중이다. 그의 영화 ‘축제’의 상가 풍경은 망자에 대한 엇갈린 기억과 후손들의 원망이 섞여 소란스러웠지만, 그의 상가엔 아름다운 사람 안성기를 기억하는 추모와 조의로 훈훈하다.
언론은 ‘국민배우’로 추모하지만, 안성기보다 대중성과 팬덤이 컸던 국민배우가 많았다. 지난해 작고한 원로배우 이순재와 고 신성일도 있고 국보급 코미디언 이주일도 있다. 대중성만 놓고 보면 ‘리어왕’과 ‘야동 순재’를 섭렵한 이순재나,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신성일, 국보급 코미디언 이주일이 더 대단할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국회의원으로 정계에도 발을 디뎠다.
대중예술인 안성기의 인생은 결이 달랐다. 영화 ‘만다라(1981년 개봉)’의 주인공 법운 스님이 부처의 길을 향해 만행에 나섰듯이, 인생의 화두를 영화에 걸고 일생을 스크린 만행에 바쳤다. 영화가 전부인 사람이니 영화예술의 격을 떨어뜨릴 일탈을 경계했다. 배고픈 영화인들이 컬러TV로 대거 탈출할 때도 영화판의 중심을 지켰다. 광고 출연을 고심했고, 사생활 관리에 철저했다. 배우 안성기의 영화 캐릭터는 팔색조였지만, 인간 안성기의 품격은 빈틈이 없었다.
안성기의 동년배들은 개봉관 시절의 ‘만다라’, ‘고래사냥’의 장면들이 가물가물할 테다. 중장년층은 멀티플렉스 시절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라디오스타’에서 주연한 안성기의 연기가 또렷할 것이다. 신세대는 ‘신의 한수’, ‘한산:용의 출현’의 조연과 단역 안성기가 흐릿할 것이다. 영화를 신성한 업으로 삼았던 안성기는 겹치기 출연을 거부했지만, 영화 출연을 쉰 적도 없다. 자신의 소명인 영화로 시대와 세대와 소통하고, 대중의 사랑을 유니세프에 고스란히 환원했다.
영화계 동료들의 추모를 하나로 모아 보니 영화계의 구도자 안성기가 그려진다. 그와 작별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정화하는 듯한 시큰한 감정의 배경일 테다. 큰 사람은 죽음으로도 남은 자들을 치유하며 기억 속에서 영생한다. 권력자들이 남은 자들의 기억을 두려워한다면 정치가 지금 같지는 않을 테다. 안성기의 영혼은 거창한 ‘국민배우’에 손사래 치며 ‘영화배우’면 족하다 사정할지 모르겠다. 죽음마저 사회에 환원한 ‘영화배우 안성기’다. 명복을 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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