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 교육·훈련, 주거, 금융·복지·문화, 참여·기반의 5개 분야로 구성된 계획에서 정책의 중심축은 여전히 주거 안정과 일자리 연계에 놓여 있다. 정부의 청년정책 방향성은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진다.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을 비롯해 청년 노동자 지원, 주거·생활 안정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의 삶이 출발할 수 있는 조건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왔다.
청년정책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설명회와 간담회, 토론회는 분명 늘어났다. 청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당사자로 세우려는 시도 역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청년참여기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년이 정책 형성과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마련된 공식 참여 기구다. 청년이 자신의 삶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을 정책 언어로 정리하고, 행정과 직접 논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경기도 전역에서 모인 청년들의 고민은 지역과 배경을 막론하고 닮아 있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주거와 일자리, 노동과 참여를 둘러싼 논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짝이기도 하고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정책 제안과 치열한 토론, 전문가의 조언을 통한 숙의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앞과 뒤, 그리고 회의와 교육 사이의 짧은 쉼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간 이야기는 서로의 안부와 일상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청년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혼자 버티는 삶이 아니라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관계와 돌봄의 네트워크였다.
이 자리에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향인 경상도를 떠나 직장이 있는 경기도에서 삶을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이었다. 주거 지원 정책을 통해 살 집은 구했지만, 퇴근 후 혼자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은 특정 개인의 감정에 대한 고백이라기보다 정책 이후의 시간에서 반복되는 청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까웠다.
정책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다. 정책은 완벽할 수 없고, 삶에서 발생한 문제가 제도로 포착되어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실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와 불안은 정책의 속도를 기다려 주지 않지만 그 사이 청년의 삶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지원이 마련되기 전의 시간, 정책 이후의 시간에 남겨진 공백은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집을 구하고 일을 시작한 이후의 삶, 퇴근 뒤의 저녁 시간과 주말의 공허함,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길,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 순간은 정책의 설계 범위에서 쉽게 벗어난다.
이 공백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의 청년정책이 개인에게 필요한 자원과 조건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 온 반면, 누구도 대비해 본 적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내일 앞에서 삶의 불안을 함께 할 관계와 사회적 연결망까지는 충분히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의 자리에서 바라본 돌봄은 누군가가 나의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 주는 제도가 아니다. 불확실한 삶의 위험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서로를 연결해 함께 버틸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토대다. 연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불안을 나누고 위기 속에서도 혼자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촘촘한 사회망이 지금 우리 사회 청년들에게 필요한 돌봄이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로 설명하며, 불안정한 삶의 위험과 책임이 점점 더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늘날 청년들이 경험하는 고립 역시 개인의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이 사회의 영역에서 밀려난 구조적 조건과 맞닿아 있다.
청년의 자리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정책은 삶의 조건을 만들 수 있지만, 흔들리는 삶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정책이라는 토대 위에 돌봄의 기둥이 세워질 때, 청년의 내일은 흔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든든히 세워질 수 있다는 기대로 채워지지 않을까.
/박건식 경기도청년참여기구(5기) 공동대표·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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