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개항기 문화유산들이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11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교 비석들이 최근 잇따라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청일 조계지에서 가장 큰 상점인 ‘동순태’를 운영한 화교 ‘담걸생’의 토지를 알리는 표식인 ‘지계 담(地界 譚)’ 비석은 검은 페인트로 훼손되고 말았다. 또 중구 내동 주택가에 있던 ‘황장(皇庄) 비석’은 얼마 전 사라졌다.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 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중구 일대 화교 비석의 훼손과 유실은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인천은 개항도시로 근대문물의 관문역할을 한 도시였다. 인천 조계지는 일본과 중국(청국), 서양의 여러 나라 문화가 공존했던 다문화 공존지대였다. 현존하는 유산들은 화교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교류 역사와 식민지 근대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훼손은 이번뿐 아니다. 한국 최초의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은 중구가 주차장을 조성한다면서 철거했다. 건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실측자료나 주요 부재도 남기지 않고 철거해버린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는 옛 송도역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1937년 개통된 수인선의 마지막 흔적이던 송도역사를 안전진단 결과를 사유로 철거하고 인근에 역사 건물을 신축하여 논란이 일었다. 자유공원에 있는 인천기상대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기상관측소였던 인천관측소의 후신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근대건축 유산인 인천관측소 건물은 2013년에 시설 개축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지정문화유산 중심의 문화유산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나 시정부가 지정한 국가유산이 아니더라도 보존 가치가 있는 비지정 유산들을 전수조사하고, ‘국가등록문화유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등록문화유산은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여 활용할 수 있어,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와 역사 보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이다.
기록화 사업도 의무화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한 번 사라지면 그 어떤 첨단 기술로도 완벽히 되살릴 수 없다. 불가피하게 철거되거나 개축되는 경우에도 정밀 실측, 3D 스캔, 부재 보존 등을 포함한 기록화 사업을 선행해야 한다. 애경사와 같은 ‘무자비한 철거’를 반복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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