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이 숨가쁘게 변하는 시대에 수십년을 묵묵히 버텨온 식당들이 있다. 대를 이어가며 가업을 지켜온 노포들이다. 노포가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굳건히 지킨 시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노포는 애써 찾아가도 후회가 없다. 추운 겨울 따뜻한 한 그릇의 음식으로 위로를 건네는 곳. 세월만큼 깊어진 경기도의 노포를 만나보자. 경기관광공사가 선정한 경기지역 대표 노포 6곳을 소개한다.
고소한 빵 냄새로 하루를 여는 곳 ‘김포 쉐프부랑제’
2002년 김포 사우동 이전 ‘ 쌀단팥빵’ ‘엘리게이터’ 등 대표 메뉴
‘쉐프부랑제’는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문을 연다. 오븐에서는 잘 익은 빵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반죽을 치대기도 한다. 고소한 빵 냄새가 하루를 깨우는 시간이다.
쉐프부랑제 대표 이병재씨는 내로라하는 빵집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아왔다고 한다. 1989년 서울 양재동에서 개인 빵집을 처음 열었고, 2002년에 김포 사우동으로 이전한 것이 지금의 쉐프부랑제다.
쉐프부랑제에서 만드는 빵은 무려 100여종에 달한다. 그중 수제 단팥소로 만든 ‘쌀단팥빵’, 얇게 저민 피칸이 가득한 ‘엘리게이터’, 당근 파운드 사이에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당근크림치즈파운드’가 대표적 인기 메뉴다.
지동 순대·곱창타운의 대표주자 ‘수원 호남순대’
40여년간 새벽 4시부터… 지동시장 터줏대감 순대곱창볶음 인기
수원의 역사가 흐르는 팔달문 근처, 지동시장 안에는 지동 순대·곱창타운이 자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시장 전체가 순대와 곱창을 판매하는 개방형 가게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호남순대’는 순대·곱창타운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해 40여년의 세월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처음에는 순대만 팔다가 순댓국까지 만들어 팔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자연스레 지금은 순대곱창볶음이 인기 메뉴가 됐다.
호남순대는 새벽 4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수원의 아침을 여는 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파주 덕성원’
금촌통일시장 북쪽 4대째 70년 역사… 벽면엔 손님들 사진 빼곡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는 파주 대표전통시장인 금촌통일시장이 있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이 생기면서 형성된 곳이다.
시장 북쪽에는 70여년 전 문을 연 중화요리 집 ‘덕성원’이 있다.
‘정성을 담아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이 식당은 내부 곳곳에 지난 세월의 기록이 남아있다.
벽면을 채운 흑백사진 속에는 1960년대 촬영한 옛 덕성원의 모습, 수십여년동안 이곳을 찾은 단골 손님들의 얼굴이 담겨있다.
덕성원은 현재 이덕강 대표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맛보는 스키야키 ‘양평 사각하늘’
1998년 시작 일식 스키야키 단일 메뉴… 예약제·다실 말차체험도
북한강을 끼고 하류 방향으로 달리다가 문호리에서 푯대봉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좁은 마을길이 이어진다. 언덕길을 500여m 오르면 고즈넉한 한옥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일식 스키야키를 전문으로 하는 ‘사각하늘’이다. 간판이 없어 사전 정보가 없다면 지나치기 쉽다.
이 한옥은 일본인 건축가가 만들었다. 식당 주인 내외 중 일본인 남편은 한옥의 매력에 빠져 직접 이 공간을 만들었고 한국인 아내는 다도와 일본식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를 오래도록 공부했다. 두 사람의 취향을 녹여낸 식당 ‘사각하늘’은 1998년 만들어졌다.
이곳 메뉴는 스키야키 하나다. 별채에서는 다실 말차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다다미가 깔린방, 창호지 너머로 보이는 자연광과 촛불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식당과 말차 체험 모두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모양도 예쁘고 소화도 잘되는 삼색면 ‘안산 이조칼국수’
흑미·찰현미·콩가루·부추 면에 해산물… 35년 이어온 김치 손맛
이조칼국수는 안산의 맛집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3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워왔다.
이곳의 칼국수는 면부터 눈길을 끈다. 칼국수 면은 세 가지 색이다. 흑미, 찰현미, 콩가루, 부추를 각각 섞어 반죽한 삼색면은 모양도 예쁘고 소화도 잘된다. 여기에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다. 특히 핵심 재료인 조개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주 3회 이상 공수해 신선함을 유지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보리밥 한 그릇이 테이블에 놓인다. 약간의 고추장과 무생채를 더해 비비면 식욕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이 한 그릇 덕분에 칼국수가 나오기 전부터 식탁이 분주해진다.
이조칼국수에는 또 다른 인기 메뉴도 있다. 팥칼국수와 팥죽이다. 칼국수 못지 않게 많이 팔리는 메뉴다. 또 하나 이 집의 음식을 이야기할 때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3대째 이어오는 모녀의 전통 김치, 정직한 재료와 손맛으로 쌓아온 시간이 이조칼국수에는 가득하다.
한 가족의 삶이 녹아 있는 ‘이천 장흥회관’
1982년 간판 그대로 인수 지금까지… 한겨울 따뜻한 낙곱전골 강추
이천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다.
식당 이름에는 창업주의 남모를 사연이 담겼다고 한다. 8남매중 장남이었던 창업주는 사업에 실패한 뒤 이천 장흥회관 앞에서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는데, 식당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이곳을 인수하게 됐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남의 돈을 빌려 식당을 시작하게 돼 당시에는 간판을 새로 달 여유조차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전 식당의 간판을 사용하게 됐고, 그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흥회관은 전골요리 전문식당이다. 대표메뉴는 낙곱전골로 추운 겨울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기에 좋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