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7년차 배달라이더 원모씨는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주변 화물차를 유심히 살핀다고 한다. 도로변에 주차된 폐지 수집 차량이나 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은 소형 화물차에서 적재된 박스 등 물품이 갑자기 도로 쪽으로 날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음 차단벽이 없는 고가도로를 지날 때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순간적으로 강한 맞바람이 불면 오토바이가 밀리며 차선이 바뀌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 두려움이 커진다.
그는 “군포(금정)에서 안양(호계사거리)로 넘어가는 고가도로를 지날 때, 한순간에 오토바이가 밀리면서 차량과 충돌할 뻔 한 적이 있다”며 “강풍 등 날씨가 좋지 않아도 플랫폼에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앱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 강풍특보가 발효(1월10일자 인터넷 보도)된 가운데 경인지역 배달라이더들은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도로 위에서 불안감을 안은 채 배달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라이더에게도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0분께 경기·인천 전역에 강풍특보가 발효됐다. 서해5도와 도서 지역, 인천, 경기도 5개 시군(안산·시흥·김포·평택·화성)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서해5도와 경기 서해안 지역에서는 순간풍속이 초속 26m에 달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라이더들은 배달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떠안기도 한다. 전날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40대 배달라이더 A씨가 강풍에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강풍으로 오토바이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며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이 사고로 음식이 훼손돼 고객센터에 문의한 A씨는 ‘음식 비용을 물어내야 하고 배달비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날씨는 명백한 불가항력인데 라이더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귀책 사유로 잡혀 배차·평가 등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 걱정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배달라이더에게도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의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기획정책국장은 “위험 요소가 발견됐을 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을 멈출 수 있는 선택권이 작업중지권의 핵심”이라며 “날씨 역시 위험 상황에 포함하고, 그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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