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극우 ‘억까’ 넘어 신앙수준
민주당 ‘친중반미’ 닮은꼴 비난
李 정부, ‘친시장적 색채’ 뚜렷
성향 따라 행동 다른 조사 씁쓸
죽지도 않는 각설이 베네수엘라가 돌아왔다. 최근 트럼프 정권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독재자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자 이재명 정부도 베네수엘라를 꼭 닮았다며 보수의 오랜 애창곡을 반복한 것이다. 이제는 극우세력까지 합세해 다음 차례는 바로 한국이라는 후렴구마저 읊는다. 보수·극우 진영의 베네수엘라 타령은 ‘억까’를 넘어 신앙 수준으로 확장되었다. 2019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겉보기엔 멀쩡한 학자들을 동원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복지포퓰리즘과 반시장 정책이 필연적으로 베네수엘라와 같은 경제파탄을 초래하겠지만 독재권력을 구축하여 집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심지어 과거 이해찬의 20년 집권론이 독재를 염두에 둔 것이고 베네수엘라의 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독재의 일환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베네수엘라는 한국에 가까운 선거제를 시행 중이고 온전한 연동형의 선진국에선 다당제가 뿌리를 내려 과반 정당이 출현조차 하지 않는다.
한국의 보수·극우는 물가상승률이 최대 13만%에 달하고 석유 외 산업이 전무하다시피하며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에 시달린 베네수엘라를 무려 대한민국과 등치시키는 놀라운 현실인식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이 치맥쇼를 펼치는 나라가 베네수엘라와 판박이라고 외치는 것은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다. OECD 남미 회원국과 튀르키에를 빼면 한국의 복지 규모가 여전히 최하위를 다툰다는 사실도 말해봐야 입 아프다.
민주당의 친중반미가 베네수엘라와 닮은꼴이라는 보수·극우의 믿음은 어떠한가. 이들은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굴욕적인 아부 외교를 했다며 180도 말을 바꿔 비난한다. 반미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친미 외교를 했다면 오히려 평가받을 일이 아닌가. 무용한 친중반미 낙인찍기를 무색케 하는 실용주의 외교의 결과는 트럼프도 시진핑도 이 대통령에 우호적이며 여론조사에 나오듯 성과도 컸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우리 나라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데 미·중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 외신에선 샤오미를 선물한 시진핑에게 보안이 잘 되는지 농담하는 이재명의 강심장을 높이 산다. 윤석열의 심복으로 부산의 노른자위를 꿰찬 주진우 의원도 거들었다. 마두로가 나이키를 입은 게 반미 외치면서 자식 다 미국유학 보낸 민주당과 똑같다는, 보수·극우의 단골 레퍼토리다. 시대에 뒤처진 이런 탑골가요로는 더 이상 차트 1등이 될 수 없다. 특정 국가에 비판적인 개인이 그 국가의 모든 것과 단절하지 않는 것은 세계화 시대 만국 공통이다. 한국의 보수·극우는 이런 상식을 애써 모른척하기에, 웹상에는 반중을 외치는 국민의힘과 그 조상들이 얼마나 친중이었는지 풍자하는 밈이 흘러넘친다. 멸공 전도사 기업인이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열중하는 현실도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다.
이재명 정부는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질서의 공정성을 높이는 정책패키지를 추진한다. 자산불평등의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유례 없는 대상승장이 보여주듯 친시장적 색채가 진보, 보수 역대 어느 정권보다 뚜렷하다. ‘반시장 민주당=베네수엘라’를 부르짖는 보수·극우의 갈라파고스는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이준석 의원은 이재명의 경제정책은 베네수엘라에서나 구현된 것이며, 코스피 5천 공약은 양두구육에 지나지 않고,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바로 이재명이며, ‘개업빨’로 오른 코스피에 흥분하지 말라는 등 예의 독설을 퍼부어왔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이 5천 돌파를 내다보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시장 활성화 공약을 계속 실천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극우의 핵심 지지층인 20대 남성의 주식 수익률이 가장 낮다. 주원인 중 하나는 지수 하락 시엔 수익이 커지지만 상승일 땐 손실이 불어나는 위험한 주식상품을 대거 매수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한국을 베네수엘라로 만들 거란 확신으로 이처럼 투자하는 건 아니겠지만 정치 성향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조사들이 떠올라 뒷맛이 씁쓸하다.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지는 민주당은 조속히 반성과 쇄신에 나서고 비현실적 비관론이 해소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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