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의 돌봄 실험

 

區·평화의료복지사회協 협력 추진

지원회의서 맞춤형 계획 수립 진행

의료·요양 등 1996년부터 통합제공

지난 9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의 한 통합돌봄 대상자 거주지에서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작업치료사가 어르신의 거동 훈련을 하고 있다. 202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9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의 한 통합돌봄 대상자 거주지에서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작업치료사가 어르신의 거동 훈련을 하고 있다. 202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지시고 나서는 시설에 모실까도 생각했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는 안 되겠더라고. 그렇다고 집에서 홀로 보살펴드리기엔 너무 벅찼는데, 이렇게 여러 곳에서 찾아와 도와주시니 정말 힘이 돼.”

지난 9일 인천 부평구 한 주택에서 노모 이복희(92)씨의 작업치료 과정을 지켜보던 김춘란(70)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낙상 사고로 고관절 수술을 받아 지금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치매 증상까지 겹친 상황에서, 매일 옆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자는 김씨 한 명뿐이다.

이씨는 한동안 인천성모병원에서 통원 재활치료를 받았다. 걷지 못하는 노모를 고령의 딸이 모시고 다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집에서조차 침실에 변기통을 두고 용변을 해결할 정도로 거동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돌봄 문제로 고민하던 김씨는 수소문 끝에 부평구와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협력해 추진 중인 ‘통합돌봄’을 신청했다.

통합돌봄은 대상자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사·판정 과정을 거쳐 통합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합지원회의를 통해 대상자별 맞춤형 계획이 수립된다. 이후 전담 부서와 지역 자생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돌봄을 실천하는 구조다. 부평구는 대면·서면 회의를 합해 매달 4차례 정도 통합지원회의를 여는데, 회의마다 사례 5~10건이 안건으로 오른다. 꼭 돌봄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이 적절할지 등을 논의한다. 안건 한 개를 논의하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통합돌봄 대상자로 선정된 후 이씨 모녀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졌다. ‘팀 기반 방문의료 사업’을 통해 매달 1회 이상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됐다. 또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작업치료사가 매주 1회 방문해 일상 회복을 위한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문턱 제거와 화장실 안전바 설치 등 주거 환경도 개선됐다. 이제 이씨는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 문 앞까지 이동한 뒤, 조금의 부축만 받아 화장실 가장 안쪽에 있는 변기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휠체어에서 식탁 의자로 옮겨 앉아 딸과 마주보고 있을 수도 있다.

김씨는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엄마가 다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시는 건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요즘엔 전담 요양보호사님이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는 동화책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신다”며 만족해 했다. 이어 “치료나 재활도 익숙한 환경에서 이뤄지다 보니, 선생님이 없을 때 작업치료 방법 등을 보호자인 내가 적용해보기 수월하다. 무엇보다 엄마가 다시 시설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다”고 웃었다.

부평구가 인천의 다른 군·구보다 발 빠르게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30년 가까이 부평구에서 이웃 안부 확인 및 복지 사각지대 발굴,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실천한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협력이 있어 가능했다. 1996년부터 1차 의료기관(평화의원)과 돌봄 기관을 운영 중인데, 부평구와 협력해 의료·요양·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평화의원과 한의원, 치과 등의 방문 진료도 시작했다.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박지연 통합돌봄실장은 “보호자들이 병원이나 시설에 대상자를 모시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고령일수록 낙상 사고 한 번만 발생하면 바로 요양원 등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가족 구성원 홀로 돌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가족 돌봄 시간 외에 이웃의 관심과 돌봄 안전망이 조금만 강화된다면, 대부분 대상자가 살던 집에서 계속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