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 소동’ 청와대 교통정리로 사라져

60% 안팎 지지율, 외교 등 이재명 효능 실감

억지 안 통해… 진보진영 전체 쇄신 가능성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이전 소동이 청와대의 교통정리로 없던 일이 됐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억지 소동이었다. SK하이닉스의 일반산단은 한창 건설 중이고, 삼성전자의 국가산단은 부지 매입을 마치고 조기 착공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를 여당 소속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방에,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새만금에 이전하자고 나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이전론의 발원지로 이재명 대통령의 ‘남쪽 지방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 발언이 회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장관과 안 위원장은 대통령 발언을 완전히 오독했다. 증거가 있다.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실 보고회를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 ‘K-반도체가 열어갈 AI 강국의 미래’다. 자료 2페이지에서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과 관련 “구축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지원은 차질 없이 이어간다”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얘기다. 이어 자료 4페이지에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전국적 공간으로 확산”할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전략을 배치했다.

대통령의 ‘남쪽 지방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언은 명백히 4페이지 보고에 유념한 당부였다. 현재 구축 중인 용인 클러스터와는 무관했다. “클러스터 대상 기업 이전을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청와대의 팩트 체크로 용인 반도체 산단 지방이전론이 거품처럼 꺼졌다.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는 사실 적시와 기업에 강제할 일도 아니라는 경제적 논리는 명쾌하다. 지방이전 억지에 맞서느라 국민의힘 이상일 용인시장이 애썼다. 민주당 소속 용인 국회의원 4명이 힘을 보태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나섰다. 하지만 반박의 강도가 세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지방이전 억지를 지지하는 호남 민심도 세를 불렸다. 소동이 6월 지방선거 전국 쟁점으로 부상할 기세였다. 대통령이 대변인 발표 한방으로 정리했다. 용인시민, 경기도민은 적기에 발휘된 대통령직의 효능을 실감했다.

60% 안팎을 넘나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하다. 대장동 재판 항소포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스캔들 같은 악재에도 끄떡없다. 대통령직의 효능을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들 때문이다 싶다. 외교에서 그런 순간이 많았다. 1차 정상회담에서 결렬된 한미 관세협상을 2차 정상회담에서 우리 요구를 관철하고 한미 조선동맹을 챙겼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는 시진핑의 압박을 “공자님 말씀”으로 눙쳤다. 인격이 문제였지, 보수정당 3선 의원을 지낸 이혜훈 영입 자체는 신선한 파격이었다. 이혜훈을 거둔 대통령보다 여지껏 이혜훈을 품었던 국민의힘이 더 피곤할 일이다.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하며, 필요하면 예상 밖의 결정을 마다 않는 대통령직의 효능감은 국민에게 오랜만의 일이라 신선하다.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이 집권여당 민주당을 견인한다. 초유의 국회의원 공천비리 행각이 녹취와 증언으로 폭로된 ‘김병기-강선우 사태’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견고하다. 스캔들의 규모는 정치혁신과 국회개혁으로 막아야 합당한데,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 선임으로 사태를 봉합 중이다.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도 법에 어긋나지 않고, 자제시킬 야당의 의석수가 미미하니 비판의 동력이 떨어진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대통령직 수행으로 자신과 여당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국민의힘이 당명을 바꾸어도 지금대로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특이점에 도달할 듯한 예감이 든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이해찬 국무총리가 염원했던 진보정권 장기집권 말이다. 호남 여론의 압박에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정위치 시킨 대통령을 지켜보며 든 예감이다. 호남이라도 억지는 안 통하는 대통령이다. 호남에 가둘 수 없는 대통령의 시선이 진보진영 전체의 쇄신으로 향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