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호·김윤식 등 기증 이어져

근대문학 많은 부분 채울수 있어

임헌영 관장, 카프 문학에 관심

디아스포라까지 탐구 외연 확장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위한 문학진흥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흘렀다. 당시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수정되고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함으로써 국립한국문학관의 설치 근거를 담은 근간이 되어주었다. 이 법안은 문학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 창작 및 향유와 관련한 국민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문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문학관 운영 주체를 국가로 정함으로써 그 공공성을 제고하자는 취지가 충실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동안 국립한국문학관은 재해석 코드를 풍부하게 내장한 서지 자료 발굴과 보존, 해석을 통해 한국문학사를 실증하고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축적해왔다. 그 과정에서 근대문학 자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료의 체계적 수집과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였다. 전국적으로 산개한 자료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실 방지 및 보존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면서 자료의 지질, 인쇄, 제본 상태 등에 따라 산화 방지 처리 등 과학적 관리도 시작하였다. 이로써 근대문학 자료의 전체 상황과 소장 현황을 국가 기관이 주도하여 조사함으로써 문화유산으로서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중요한 문화재로 보존, 관리하는 국가적 임무가 본격화한 것이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 기증이 다수 이어졌다. 하동호, 김윤식, 오무라 마스오, 김용직 교수 등 많은 분들의 소장 도서가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되었다. 그 목록은 근대문학 자료의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크나큰 중요성을 가진다. 앞으로도 더욱 기증자가 늘어나 근대문학 자료에 대한 조사, 수집, 보완을 거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자료의 현황 파악, 조사 연구 결과의 체계적 정리, 자료 확보와 보관, 활용을 위한 준비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범위는 가장 확장적으로 ‘한국문학’을 상상해가는 방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펼쳐진 한국 근대문학은 그 역사가 길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몇 세기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던 서구 근대문학의 흐름을 모두 경험하고 그 내질을 한국어로 일관되게 표현하는 기적 같은 역사를 일구어냈다. 그리고 한국문학은 그 시야를 넓혀 재일조선인문학, 재러시아고려인문학, 연변조선족문학, 미국이나 유럽의 한인문학 등 해외문화권 전반과의 포괄적 연관 아래 그 범위의 확장 과정을 거쳐왔다. 일본 도쿄나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난에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 중인 국립문학관을 적극적으로 참조하여 국립한국문학관도 이러한 문학 유산을 수집하고 전시하고 활용하여 후세를 위한 첨예한 교육 시설로 성장해갈 것이다. 개인적 차원의 일이었던 문학의 순환 회로가 더욱 탄탄하고 견고한 공공적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에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으로 임헌영 문학평론가가 임명되었다. 임 관장은 등단 전부터 카프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해금 전부터 납월북 작가에 애정이 많았다. 대학도서관에서 자료를 카메라로 찍으면서 해독이 잘 안 되면 살아계신 선배 문인들께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해방기 자료를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모았던 임 관장은 그것들을 집성한 자료집을 다수 펴냈고 그 역사적 논리와 맥락을 구성하는 데도 온힘을 쏟았다. 19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의 주요 필자였던 임 관장은 학계에서 이쪽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에도 한국문학의 전체상을 복원하는 일에 매진했다. 그 후로 민족문학, 리얼리즘, 참여문학, 북한문학, 해외동포문학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가 포괄하는 여러 패러다임을 품어내는 큰 규모의 비평적 실천을 해왔다. 안으로는 동학농민혁명,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유월항쟁 등에서 시민혁명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고, 밖으로는 글로벌시대의 동아시아, 유럽, 제3세계의 디아스포라 양상까지 탐구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고 무엇보다 그 실질을 굳건히 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임헌영 관장이 이끌어갈 국립한국문학관의 융흥과 그 크고 섬세한 공공적 역할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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