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GCF를 ‘급진적 기구’로 낙인 찍어

인천시 “美 출연금 분담 6위” 애써 태연

회의론 확산속 연쇄이탈 도미노 현상 우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미국이 지난 8일,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전격 탈퇴했다. 미국 재무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에 따라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의 이사회 의석 사임을 공식 통보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GCF를 ‘급진적 기구(radical organizations)’로 규정하며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인류 생존의 문제가 걸린 기후 위기 대응에 이데올로기적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UNFCCC를 포함한 31개 유엔 산하 기구와 35개 비(非)유엔 기구 등 총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명시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화석연료 중심으로 회귀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국제기구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으로 구체화된 결과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출연금 분담 규모는 이사회 국가 중 6위 수준에 불과해 당장 GCF 사업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낙관론은 국제 정치와 기후 금융의 구조적 본질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존재감은 출연금 순위로 환산될 수 없다. 창립 주체이자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GCF를 ‘적대적 기구’로 낙인찍고 이탈한 것은 기구의 국제적 신뢰도와 상징적 정당성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준 것이다. 최대 공여국이었던 미국의 탈퇴는 다른 선진국들에게 “왜 우리만 내야 하는가”라는 회의론을 확산시켜 공여국의 연쇄 이탈이나 기여도 축소라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이탈은 인천시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각종 기후도시 전략에 심각한 난관이다. 인천시는 송도에 지상 33층 규모의 ‘GCF 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비롯하여 기후 관련 연구소 및 금융기관 유치 전략을 추진해왔다. 거대한 복합단지를 채울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기후 협력 체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UNFCCC 탈퇴는 즉각적인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1기 당시보다 파괴력이 크다. 이는 GCF의 조직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인천시가 GCF와 연계해 추진 중인 글로벌 그린경제 단지 조성 등 중장기 계획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미국의 UNFCCC 탈퇴는 다자주의 기후 공조체제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트럼프 임기 내 미국의 복귀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인천 송도는 특정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다자주의 2.0’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이나 독일을 비롯한 EU 중견국(middle power)의 협력을 강화하여 다자주의의 마지노선을 구축해야 한다.

GCF 본부 도시인 인천 송도 국제도시가 마주한 현실은 더욱 엄중하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GCF 유치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연간 최대 3천800억 원에 이르며, 66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행정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시는 미국 연방 정부와 별도로 기후 행동에 참여하는 미국의 개별 주(State) 및 국제 도시 네트워크와의 공조를 강화하여 독자적인 기후금융 허브도시로서 송도의 국제적 입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GCF 탈퇴는 여러 차례 예고된 결정으로 번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의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그들의 역사적 책임까지 소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후위기 대처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관점에서 탄소 배출로 부를 축적해온 선진국들이 마땅히 앞장서야 할 도덕적·역사적 부채다. 기후 재앙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후진국이나 개도국은 이 거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자본도, 기술도 갖추지 못했다. 미국 연방정부와 미국의 주정부, 시민들을 향한 복구를 촉구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자 무너져 가는 지구 공동체의 윤리를 바로 세우는 세계시민 운동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