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경제부 기자
김지원 경제부 기자

경제부 기자가 경기 침체를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순간은 통계가 아니라 전화기 너머에서 온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취재 과정에서 현장을 설명해 주던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다시 전화를 걸어 폐업 소식을 전할 때다.

전화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로 끝났다. 매출이 급감했다거나 인건비가 버거워졌다는 하소연보다 먼저 나온 말은 “도저히 버티기가 안 된다”는 표현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서서히 숨이 막혀왔다는 이야기였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고 가게 문을 열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버티는 동안 나는 그래프와 숫자를 들여다보며 기사를 쓰고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소식과 외환당국의 개입, 변동성 관리가 반복됐다. 숫자는 정확했고 설명은 충분했지만 그 숫자가 어디에 닿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차트 속 환율은 현장에서 비용으로 도착했다.

환율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아니다. 다만 이미 약해진 구조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확대경에 가깝다. 수입 중간재 가격은 환율이 오를 때마다 반응하지만 매출과 임금은 그렇지 않다. 비용은 먼저 오르고 회복은 늘 나중에 온다. 이 간극 속에서 기업·소상공인은 성장과 투자를 포기하고 ‘버팀’을 선택하게 된다. 공장을 덜 돌리고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로 시간을 산다. 당장의 이 선택은 합리적이지만 구조를 갉아먹는다.

한 기업인은 환율이 오를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소비나 투자가 아니라 ‘감각’이라고 했다. 오늘의 안정이 언제든 외부 변수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비용이 늘어난다는 무력감이다.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이 감각은 일상으로 굳어진다. 그래서 고환율에 대한 우려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의 문제에 가깝다. 비용 상승을 한 두 번은 견딜 수 있어도 그 상태가 계속되면 버틸 수 있는 주체는 빠르게 줄어든다. 환율은 숫자로 오르지만 삶은 체력으로 버틴다. 그리고 체력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김지원 경제부 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