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자의 시선으로 읽은 일본 기행

윤동주·재일 한인 문학 흔적을 따라

역사와 문학으로 걷는 인문 여행

다문화·디아스포라 서사 관점도 눈길

■ 일본인문기행┃이경재 지음. 소명출판 펴냄. 310쪽. 2만1천원

국문학자의 시선으로 쓴 일본 기행문이다. 저자인 이경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다. 저자는 다문화 문학, 한국계 해외 이주민의 이른바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구·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인문기행’ 역시 저자의 연구 주제와 관심 분야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시준 일어일문학회 회장이 “국문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되묻는 과정에서 일본이라는 타자의 공간을 거울처럼 활용한다. 일본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문학이 자신의 언어와 기억을 비추는 반사면”이라고 쓴 추천사가 이 책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저자는 2024년 1월부터 일본 기행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 9월부터 1년 동안 도쿄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머문 기간 본격적으로 일본에 대한 글을 썼다. 도쿄 기행을 담은 1부와 도쿄 밖 기행을 모은 2부로 나뉜 책 구성도 흥미롭다. 저자가 ‘도쿄 안’에서 본 일본과 ‘도쿄 밖’에서 본 일본의 차이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저자는 보통 도쿄 여행하면 떠오르는 장소와는 결이 다른 ‘인문학적 공간’을 탐색했다. 시인 윤동주(1917~1945)가 도쿄에서 생활하며 남긴 흔적을 따라 릿쿄대학, 다카다노바바의 하숙집이 있던 일본점자도서관 등을 찾는다. 이 시기 쓰인 윤동주의 시 ‘흰 그림자’(1942), ‘사랑스런 추억’(1942), ‘쉽게 쓰여진 시’(1942) 등을 떠올리며 저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거 윤동주가 머물렀던 곳에 일본점자도서관이 생겼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윤동주가 영혼의 잉크로 써내려 간 시들은, 일제 말기 정신의 맹인들을 깨우치기 위한 점자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72쪽)

도쿄 내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선 재일 한인 3세인 이용덕 작가의 장편 소설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2020)를 생각하며 1923년 관동대지진과 일본 내부의 ‘헤이트 스피치’를 연결하기도 하며, 도쿄에서 맞은 8·15 광복절에는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어쩌면 인간 세상의 디폴트(기본값)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인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109쪽)을 하기도 했다.

옛 요시와라 유곽에서는 에도 시대 출판왕 츠타야 쥬자부로(1750~1867)와 당시 유곽의 풍경, ‘일본판 소나기’라 할 수 있는 여성 작가 히구치 이치요(1872~1896)의 첫사랑 소설 ‘타케쿠라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사(史), 출판사(史), 문학사(史)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저자가 오키나와의 한 식당에서 현지 전통악기 산신을 통해 들은 아리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진 오키나와 속 일제, 오키나와인, 조선인, 미군이 뒤얽힌 동아시아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홋카이도, 오키나와, 마쓰야마, 니가타, 히로시마, 효고, 나라, 시모다, 가와사키, 오사카, 교토, 치바, 가마쿠라 등 ‘도쿄 밖’ 여정 역시도 니가타현립대학 다카하시 아즈사 교수의 추천사처럼 “일본의 ‘국민’ 역사에서는 오래도록 ‘부재’로 남아 있던 존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었다.

구어체로 쓰여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일본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인문학 여행 가이드로도 추천할 수 있겠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