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 만세운동 주도·애육원 설치
차남·며느리 참석해 어머니 회상
“걸음마다 밝은 경찰 이정표 기원”
“우리는 강도(일제)에게 집을 빼앗겼지만 강한 정신으로 우리집을 되찾았습니다.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15일 오후 인천경찰청 정문 앞에서 ‘2025 경찰영웅’에 선정된 고(故) 전창신 경감의 흉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전 경감의 차남 김상헌(95)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으로 어머니의 흉상에 헌화했다.
김씨는 “어머니를 기억하시고 경찰영웅으로 지정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자랑스럽고 빛나는 우리의 정신을 기억하고 기리는 자리다. 감격과 기쁨, 감사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고 했다.
전 경감은 1900년 1월 24일 함경북도 용대에서 태어났다. 1919년 3·1운동 당시 함흥에서 ‘함흥 3·3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태극기를 직접 준비해 여성 참여를 이끄는 등 수백명의 군중과 함께 만세를 외쳤다. 이후 같은 해 3월 18일 체포돼 8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전 경감은 광복 후 1946년 제1기 여자 경찰 간부 후보생으로 지원해 경찰관으로 임용됐다. 당시 미군정은 인천·서울·부산·대구 등에 여자경찰서를 만들어 1957년까지 운영했다. 전 경감은 서울여자경찰서에서 근무를 시작해 1950년 인천여자경찰서장을 역임했다.
전 경감은 인천여자경찰서에 애육원을 설치하고 고아와 피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도왔다. 퇴직 후에는 3·1운동 여성동지회 8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1985년 별세했다. 이같은 공로로 1992년 독립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 2019년에는 중구 신포동 옛 인천여자경찰서 터에 전창신 경감 기념비가 생겼다.
김상헌씨는 광복 이후 맞은 1946년 첫 3·1절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함흥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앞에서 시가 행진이 이뤄졌는데, 사람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 ‘전창신을 본받자’라고 써 있었다. 왜 어머니 이름이 저기에 있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며 “내가 어렸을 때, 평생 항일 정신이 투철했던 어머니가 3·1운동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주셔서 귀찮아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전 경감의 며느리 이용선(88)씨는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늘 나라에 대한 걱정과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며 “겉으론 유연하고 속으론 곧은 ‘외유내강’(外柔內剛) 성품을 가지셨다”고 기억했다.
경찰청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경찰영웅을 선정하고 있다. 경찰영웅은 근무지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 지방청이나 경찰서에 흉상이 세워진다.
인천에서는 2013년 투신자를 구하러 바다에 몸을 던졌다가 실종된 고 정옥성 경감이 2022년 경찰영웅에 선정된 바 있다. 정 경감의 흉상은 강화경찰서에 세워져 있으며, 인천경찰청 정문 앞에 놓인 전 경감 흉상 옆에는 정 경감의 부조상과 추모비도 있다.
한창훈 인천경찰청장은 “전창신 경감께서는 20살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함흥 지역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경찰이 된 후에는 애육원을 직접 운영하며 헌신한 참된 경찰관이셨다”며 “전창신 경감님의 숭고한 헌신이 인천 경찰의 걸음마다 밝은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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