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안(Climate Anxiety) 시대다. ‘삼한사온(三寒四溫)’ 겨울철 리듬이 깨진 지 오래고, 기온은 난폭하게 오르내린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니 이동성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품고 한반도에 갇힌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가 걱정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주기가 고장 난 탓에 두 계절을 오락가락한다. ‘봄 같은 겨울’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장대한파’가 칼바람을 휘두른다. 극지방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하했다가 머물면서 수은주가 뚝뚝 떨어진다. 온난화가 초래한 기이한 기후현상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흉조다.

기후의 변덕은 자연재난으로 이어진다. 폭설과 한파, 폭우와 폭염처럼 극단적이다. 사막에서 눈이 쏟아지고 지구촌 곳곳이 홍수와 산불에 초토화된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산불의 악몽이 떠오른다.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번진 괴물산불은 9만9천289㏊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26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3천500여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 얼마나 나약하고 속수무책인지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지구 온난화는 끝났다. 펄펄 끓는 열탕화가 시작됐다.”, “2023~2025년 3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올랐다.” 기후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을 느낀다면 ‘기후슬픔’을 의심해봐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간한 ‘미래세대 기후불안에 대한 심층 분석과 중재 전략’ 보고서는 기후에 대한 위기감이 국민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전국 만 19~64세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1.92점으로 나타났다. 경증 우울 위험 기준점 1.76점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청년층(19~34세)은 장년세대보다 더 빨리 심각한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 빈도와 강도는 날로 심각하다. 미래 세대가 무력감과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기후 불확실성은 청년들의 인생 설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후불안을 개인의 감정으로 방치하지 않고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불안을 친환경 실천으로 전환시키는 심리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국민이 체감할 국가적 대응과 정책 의지를 기대한다.

/강희 논설위원